‘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옳은 말일까.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려도 그저 잘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화병’이 생겨났다. 화병은 억울하거나 답답한 감정, 속상함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여 신체적 증상으로 발생되는 증후군이다. 이는 미국정신의학회가 ‘한국 문화와 관련된 분노증후군’이라고 소개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질환이다.

 초기에는 정신적 문제에 그치지만 이후 신체적 증상이 동반돼 나타난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입과 목이 바짝 마르고 눈이 충혈 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는 고혈압, 중풍 등의 다른 질환도 유발할 수 있다.

 예로부터 화병은 주로 남편과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년 남성뿐만 아니라 젊은 층에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남성의 화병은 대개 반복적인 업무와 실직의 두려움, 퇴직 후 공허함 등 직장생활과 많이 관련돼 있다. 또 10~20대의 젊은 층에게는 학업과 취업의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필자도 화가 나면 바로 분출하지 않고 안에서 삭힐 때가 많다. 그러면 정말 속이 갑갑하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화병이 생기므로 앞으로는 어느 정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온라인상에서 ‘셀프 감정 관리법’이 이슈가 됐었다. 우울함, 화, 집착, 두려움, 소심함 이 다섯 가지의 감정을 겪게 될 때 대처하는 방법이다. 감정 관리를 위해서 아무리 화가 나고 욱해도 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필자는 이 대처방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화가 난다고 해서 즉각 버럭 해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 참는 것은 오히려 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화를 쌓아두지 말고 스스로 풀어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준다. 취미생활과 영상 역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예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