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내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둑에 대한 정당방위라는 반응과 그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이 옳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도둑 뇌사 사건’에 대한 찬반 엇갈려
 지난 3월,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새벽 3시쯤 귀가한 한 2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발견했다. 도둑이 달아나려 하자 이를 제압하기 위해 옆에 있는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로 머리를 내리쳐 도둑을 뇌사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에 대해 남성 측에서는 평소에 어머니와 누나가 자는 방에서 괴한이 나오자 단순한 도둑인지, 아니면 성폭행 같은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흉기도 소지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달아나려던 도둑을 너무 과하게 폭행했다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번 사건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빨래 건조대'를 흉기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으며 남성은 현재 두 달간 복역 중이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20대 남성의 행동에 대해 ‘정당방위다’ 또는 ‘정도가 심했다’는 반응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되는 의견을 보였다.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박지영(관광경영1) 학우는 “빨래 건조대가 왜 흉기로 취급되는지 모르겠다”며 “정당방위의 기준을 알고 있다 해도 자신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것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또 “도둑이 뇌사상태가 된 것은 안타깝지만 범죄자의 인권보다 가족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의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백성하(유아교육2) 학우는 “그 결과가 공정할 순 있지만 이후 범죄를 양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도둑들이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도주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정당방위라는 명분으로 모든 행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학우도 있다. 강철민(전자3) 학우는 “집주인이 도둑을 제압하는 순간, 도둑은 이미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지나친 폭력을 가한 것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착하든 악하든 모든 사람은 법에 의해 생명의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도둑에게도 인권이 존재하므로 단순한 방어 이상의 폭력을 행사해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번 판결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2%가 ‘무죄’라고 응답했고 ‘유죄’라는 응답은 10.9%에 불과했다. 나머지 12.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4명 중 3명은 ‘도둑 뇌사 사건’ 집주인이 무죄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정당방위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이 필요한 때다.

한국의 까다로운 정당방위의 조건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적 이익이 현재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위다. 형법은 이러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때는 벌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우선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침해는 반드시 인간에 의한 것이어야 하며 부당해야 한다. 이때 부당은 위법함을 뜻하며 법질서를 침해하는 모든 행위는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당장에 절박한 상태나 아직 진행 중인 침해를 말한다.
 다음으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위한 행위여야 한다. 생명, 신체, 자유, 주거권 같은 형법상의 법익은 물론 가족관계와 같이 형법상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법익을 위한 정당방위도 인정된다. 또 방위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증오, 분노와 같은 다른 동기가 함께 작용할 경우에도 방위의사가 주된 기능을 하는 한 정당방위는 성립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방위행위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는 침해의 즉각적인 배제가 확실히 기대되고 위험의 제거가 보장될 때 비로소 인정되는 ‘방위의 필요성’을 의미한다. 또 방어를 위한 수단 중 공격자에게 피해가 적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엔 보다 큰 피해를 준 방어행위도 상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위 사진은 2011년에 경찰청에서 내보인 정당방위의 인정 범위다. 이에 대해 천지영(관광경영1) 학우는 “대한민국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먼저 도둑에게 흉기를 들고 왔나, 물건만 훔치러 왔나, 혹시 어디 아픈 곳이 있나 등을 물어봐야 되냐”며 엄격하고 까다로운 우리나라 정당방위 기준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정당방위 허용 범위가 넓은 미국의 사례
 만약 ‘도둑 뇌사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정당방위에 해당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총기의 소지가 허용되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정당방위의 허용 범위가 훨씬 넓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 침입의 경우에는 ‘캐슬 독트린’이라는 법에 따라 침입자에게 총을 쏘는 행위도 방어로 보고 기소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한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아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여성의 집 주변에 남자가 기웃거렸다.
 불안을 느낀 이 여성은 경찰에 전화 걸어 “제 손에 총이 있는데요. 만약 저 남자가 집에 들어온다면 이 총으로 쏴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경찰은 “그렇게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해야 하겠죠”라고 답했다. 결국 이 여성은 침입한 남성 두 명에게 총을 쏴 두 명 중 한 명을 살해했다. 하지만 이후 법정에서 여성은 무죄판정을 받았다.
 정당방위, 결코 남 얘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 심지어 나에게도 이러한 일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나를 지키기 위해 방어한 맞대응이 정당방위가 안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대부분이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둘 다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것은 어렵다.
 앞으로는 정당방위에 대해 좀 더 명확한 법원의 입장과 그 기준이 마련돼 자기 자신을 방어하려다 폭행 가해자로 몰리는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