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 구태환
-극작가 : 이강백
-출연 : 이문수, 박윤희, 배성일, 박수현
-상영시간 : 100분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기간 : 2015년 3월 6일 ~ 4월 5일평일(화~금) 오후 8시 /
                 토요일 오후 3시, 7시 /
                 일요일 오후 4시 / 월 쉼

■ 줄거리
 수십 년 동안 창고지기를 해온 자앙과 기임, 두 남자가 있다. 자앙은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성실함의 표본이며, 기임은 창고생활이 지겨운 나머지 늘 불평불만이 가득하다.
 기임은 창고에 물건을 운반해주는 트럭운전수의 딸 미스 다링이라는 아가씨와 만남을 이어가며 창고 밖 세상에 대한 꿈을 키워 간다. 그러던 중 미스 다링은 여느 창고지기들과는 다른 성실하고 묘한 매력의 자앙에게 끌려 그를 유혹한다. 하지만 자앙은 좀처럼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후에 기임과 미스 다링은 함께 살기를 계획하며 자앙을 떠나고, 혼자 남은 자앙은 씁쓸한 표정으로 북어대가리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 작품은 떠나려는 자(기임)와 남으려는 자(자앙)의 갈등을 그렸다. 항상 창고를 떠나고 싶어 하는 기임에게 자앙은 이렇게 말한다.
 “이 창고를 빠져나가면 또 뭐가 있을 것 같아? 우리의 이 창고는 조그만 창고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창고 중 하나의 아주 작은 창고거든. 결국 그 누구든 완전하게 창고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없어. 만약 우리가 이 창고 속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나가서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 창고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사는 거야.”
 하지만, 결국 기임은 자앙을 두고 창고를 떠난다. 혼자 남은 자앙은 북어대가리를 보며 자신의 모습과 교차시킨다. 여기서 북어대가리는 쓸쓸하고 허무한 생으로 가득 찬 머리일 뿐이다.
 몸은 없고 대가리만 남은 북어는 자앙의 모습을 상징한다. 자앙은 성실성과 책임감만을 중시하는 경직된 머리로 살고 있다. 그런데 기임은 자앙의 성격과 반대로 표현되어 마치 그가 북어대가리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또한 자율적인 몸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다.
 기임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트럭운전수와 다링에 의해 수동적으로 삶에서 도피했을 뿐이다.
 결국 경직된 머리를 가진 자앙이나 자신의 몸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머리를 가진 기임이나 모두 북어대가리를 의미한다.
 이 연극은 뮤지컬처럼 다채로운 조명이나 다양한 무대배경, 화려한 음악을 선보이지 않는다. 음악은 단지 극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잠깐 사용된다. 연극을 보다보면 배우들의 대사에서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다. 평소에 우리가 쓰지 않는 말투를 사용해서다. 이러한 연극의 특성이 작가의 주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북어대가리>는 직사각형의 창고를 무대로, 분업화되고 획일화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그로 인해 야기된 인간 소외를 비판하고 있다. 사회의 폐쇄성과 단절성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북어대가리>를 보면서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