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해 좀 더 탐색할 수 있는 기회

백은수(경영4)
최근 중앙대에서 발표한 학과별 선발제 폐지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앞서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수험생들은 대학 이후의 삶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대학이라는 눈앞의 목표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라면 그 이후의 삶을 생각하는 방법도 모를 것이다. 또 어떤 삶들이 있는지 곁눈질할 여유 또한 없을 것이다. 오히려 삶의 목표가 대학입학인, 씁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기 때문에 자신의 전공에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학과별 선발제 폐지는 이런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좀 더 탐색할 수 있는 기회와 견문확장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대학교육 서비스의 수요자인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방향이라고 생각돼 기분 좋다.
한편으로는, 결국 진리의 상아탑도 시대의 흐름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경쟁과 자본주의 이념에서 보호받아야 할 대학교육과 소수의 학문이 ‘취업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존재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당연히 우려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순수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선택과 권리가 무시당할 가능성이 있고, 학과 통폐합의 위기에 흔들리는 것 또한 불안요소다.
이런 제도와 현상은 대학 자체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회의 풍토와 기업문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학과별 선발제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취업이 어려운 비인기 전공의 몰락위기를 주장한다. 하지만 취업이 어려운 비인기 전공의 몰락위기가 하루 이틀 된 얘기는 아니다. 또 학과별 선발제 유지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진작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학교는 학문의 연구와 발전의 산실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 작금의 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하는 ‘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 그만큼 학생들과 교육 현실을 점점 더 매몰차게 압박하고 있는데, 학과제 선발제 폐지와 같은 변화 시도야말로 대학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게 아닐까.
학과의 경쟁력과 존폐에 대한 걱정 이전에 학생들의 존재가치와 경쟁력을 우선시한다면 이런 변화는 당연한 것이고,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비인기 학과는 결국 사라질 수도

박은지(간호2)
최근 중앙대학교는 파격적인 입시제도 변경안을 발표했다. 2016학년도 입시에서는 기존의 학과별 선발제 대신 단과대별 선발제를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단과대별로 학생을 선발해 1, 2학년 동안 전공탐색기간을 갖게 한 뒤 2학년 2학기에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이다.
중앙대학교 이용구 총장은 “기업은 공과계열 분야 전공자를 많이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 구조는 인문사회 계열과 자연과학 공학 계열이 반반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mismatch;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학과 체제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모자란 공학계열 인원을 늘리고, 취업이 안 되는 인문, 자연계열을 줄이겠다는 의미이다. 좋은 취지이긴 하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변경한 입시제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긍정적인 면에서는 합격 기준이 제각각이었던 학과들의 정원을 통합해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성적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있는 학생들은 합격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해 입시 관문이 포괄적으로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돼 학과 선택을 나중에 할 경우 비인기 계열학과는 정원이 줄어들어 결국엔 학과가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학문의 전문성이 파괴되며 일자리의 다양성까지 파괴될 수 있다. 학생선택에 따라 구조 조정될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교수들은 문제점을 해결할 만한 개편안을 재논의 해야 한다.
또한, 인기 계열학과에는 학생들이 몰려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목표가 명확하지만 성적 경쟁에 밀리는 학생의 경우 결국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없어 진로 탐색으로 주어졌던 2년이라는 시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이 없는 제도이다. 20대 취업난 속에서 진로 계획이 불분명한 학생들에게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기회를 주고자 마련한 정책이지만, 학생들은 성적위주의 대학생활을 할 수밖에 없고, 대학은 소통의 장으로서의 순기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설립 정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학과제 폐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실용적인 대책 없이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과별 대입 선발제 폐지는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