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역사교육(특히 국사교육)만큼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고 내린 단어가 없을 성싶다. 이는 우리의 학교 교육이나 사회 여러 제도 속에서 국사교육이 홀대되어 왔으며 앞으로는 이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었다.
  이러한 여론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교과서 문제에 이어 독도영유권 문제가, 일본과 비교할 때 그간 상대적이나마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과는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불거진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반일, 반중 감정과 여론이 들끓었으며 결국 이는 외교적 현안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었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자기중심적 세계관과 역사관이 화해와 협력, 그리고 공존과 공영의 세기를 전망한 21세기에 들어서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그 정도를 더해가면서 상호 대립하고 경쟁하는 이러한 국면은 ‘역사전쟁’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은 이러한 최근 동아시아 3국의 정세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자기반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중국과 일본, 나아가서는 세계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의 국사교육은 현격히 약화되어 있어 역사의식을 갖춘 시민 양성은 말할 나위 없이 민족의 자존과 정체성 확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반성인 것이다. 요컨대 현행의 국사교육 방식으로는 치열한 역사전쟁에서 우리의 몫을 찾기란 요원하다는 것이다.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국사를 비롯한 역사과목을 사회 과목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든지,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든지, 국사교육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비중을 강화해야 한다든지, 그리고 국가고시에서 국사과목을 필수로 해야 한다든지 하는 등의 주장과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만약 이러한 방안들이 교육당국에 수용되어 제도화되고 실행된다면 국사교육은 이전에 비해 한결 강화되고 그럼으로써 국사교육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화 방안이 단순히 국사교육의 강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의 자기중심주의, 패권주의에 대한 즉자적인 대응으로 우리도 ‘패쇄적’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으로, 그것은 결국 상호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자기중심적 세계관과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그들 보다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세계관과 역사관을 교육에 반영함으로써 동아시아 3국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공존과 공영을 구축하는 미래지향적 역사인식을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요컨대 ‘열린 민족주의’라는 역사인식을 우리의 역사 교육 과정에 투영시킬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사교육을 강화하되, 세계사 교육이나 동아시아사 교육에도 충분한 시선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천화숙(역사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