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한 번쯤 들어본 기념일들일 것이다. 매달 적어도 하루는 이런 이벤트 기념일이 포함돼 있다. 이벤트 기념일을 맞아 선물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중에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얇은 지갑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념일에 맞춰 나오는 상품들의 가격이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형태와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기념일 상품의 가격 또한 터무니없이 비싸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빼빼로데이에 나오는 빼빼로 상품들은 단순히 빼빼로만 포함한 게 아니라 쓸데없는 장식과 포장을 더해 가격을 높여 판매하고 있다. 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털어 이 상품들을 구매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에게 이런 OO데이는 시나브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유래를 알 수 없는 OO데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런 기념일들의 유래를 굳이 따져본다면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린 기업들의 상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때만 해도 웬만한 번화가의 백화점과 편의점, 마트에는 초콜릿과 사탕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저렴한 국산 초콜릿보다도 비싼 수입 제품을 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도 많다. 좋은 것을 선물하면 남이 부러워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이벤트 기념일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건조한 일상에 하루쯤은 이런 기념일을 즐기며 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런 기념일들이 지나치게 많고 또 지나치게 상술적이라는 것이다. 기념일 직전만 되면 값비싼 상품들이 하나 둘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그 값비싼 상품들 안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상술 때문에 OO데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벤트 기념일들은 수두룩하다. 한두 차례도 아니고 기념일이 지나치게 넘쳐나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상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물을 하게 되고, 또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다. 사람들은 기념일을 맞아 어쩔 수 없이 또 선물을 사게 된다. 넘쳐나는 각종 기념일들, 이대로 괜찮은지 한 번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이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