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제, 학생 아닌 사회의 잘못

권정임(한국어문1)

 졸업유예제는 졸업요건 충족 후에도 졸업하지 않고 졸업을 미룰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4년도부터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지표에서 취업률의 비율을 낮추고 전입교원 확보율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취업률은 졸업생을 대상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졸업유예생들이 이전에는 대학평가에 도움이 됐는데, 이렇게 교육부의 기준이 바뀌면서 오히려 부담이 된 것이다. 또한, 교육부가 재학생의 의미를 ‘학적에 등록된 학생’으로 정하면서 졸업학점을 이수했으나 졸업논문 등을 제출하지 않은 수료생의 경우에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은 그나마 취업에 유리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유예를 하고 있다. 대학평가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을 때는 이런 졸업유예생들을 받아주던 대학들이 이제 평가에 불리해지자 학교에서 쫓아내고 있다. 이는 비판받아야 한다.

 또한 졸업유예생들은 졸업유예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졸업생들을 위한 일자리를 국가에서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에 머무르게 된 것인데, 아무런 언급도 관리도 없다는 것은 국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졸업유예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대학들이 이런 졸업유예생들을 포용해주지 않고 외면하면서 등록금을 받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러 대학에서 졸업유예생들을 받지 않기 위해 졸업 요건을 줄이거나 수강을 하지 않음에도 등록금을 징수하고 강제로 수강을 시켜 수강료를 받고 있다.

 재학생 신분을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비판이 생기자 몇몇 학교는 입장을 바꿔 수료생도 재학생 신분을 유지시켜주기로 했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재학생으로 인정받으려면 등록을 해야 되기 때문에 반발이 크다.

 졸업유예생들이 편하게 졸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졸업유예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돼야 한다. 아니면 재학생들에게 주로 기회를 주는 기업들의 신입사원 선발과 공모전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수료생 제도가 학생과 대학에게 도움이 되려면 졸업을 한 수료생이 오랫동안 구직을 하더라도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업준비생에게 짐만 지워줄 뿐

이가은(간호2)

 취업난이 계속되며 ‘NG(No Graduation)족’이라는 단어가 대두되고 있다. 4년간의 대학 학사 과정을 마치고도 일부러 또는 다른 이유로 졸업을 하지 않는 대학교 5학년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근 여러 대학들에서 ‘NG족’이 증가하며 각 대학과 교수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많을수록 교수들은 담당해야 하는 학생 수가 많아지고, 대학들은 대학평가에서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도 지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졸업유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졸업유예제도가 꼭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며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공부하면서 충분한 스펙까지 쌓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지원하는 기업들은 졸업 예정자나 나이가 어린 취업준비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기업의 풍토가 대학생들이 졸업을 유예하도록 결정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졸업유예제도를 폐지하면 취업준비생들의 고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많은, 남들보다 다른 스펙이 필요한 요즘 경쟁사회에서 졸업유예제도는 자신을 어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화려한 스펙들이 넘쳐나는 경쟁사회에서 대학 공부에 충실해 높은 학점만으로 취업을 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대학 졸업 후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한다고 해도 몇몇 기업에서는 나이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이런 가혹한 현실에서 정부는 취업준비생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할 작정인가. 따라서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는 졸업유예제도는 계속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졸업유예제도를 폐지하지 않길 바란다. 찬성·반대 입장을 떠나서 졸업 유예제도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경쟁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문의 장이어야 할 대학이 취업의 장이 되어버렸고, 대학생들은 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한다.

 각 기업에서는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를 구분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정부는 ‘졸업유예제도 폐지’라는 지엽적인 방안이 아닌, 전체적으로 실업자를 구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