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공단〉

  Factory Complex, 2014

  감독: 임흥순

  개요: 다큐멘터리, 한국, 95분

  개봉: 2015. 08. 13

  츨연: 신순애, 이총각, 이기복, 강명자, 김영미

  등급: 15세 관람가

  임흥순(회화94) 동문의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이 지난 13일부터 극장가에 선보여졌다. 이 영화는 올해 열린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아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위로공단’의 첫 이미지는 눈을 가리고 푸른색 하늘 밑 옥상에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로 시작된다. 잔잔한 음악이 깔리며 어머니와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이고 자연의 모습과 닮은 그들은 어디론가 계속 가고 있다. 공장에서 미싱이 돌아가는 실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기 전, 구슬픈 목소리로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는 섬뜩 하기도 하다. 우리 정서인 ‘한’을 담은 노래가 바로 이렇게 들리지 않을까.

  구로디지털단지가 구로공단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얘기는 시작된다. 입사 한지 거의 3년 정도에 모두 퇴사를 하거나 퇴사통보를 받은 여성노동자들은 하나같이 그 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와 세계 각지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여성의 노동에 대한 진실된 인터뷰와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그 대우는 나아진 것이 없어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을 인터뷰 영상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사소한 것에서부터 다른 대우를 받아왔고 불안한 비정규직을 벗어나 정규직으로 자신들을 채용해달라는 시위는 구로공단에서도 일어났다. 하루 종일 먼지가 날리는 의류공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과, 회사의 기념비를 세우고 박수를 치며 자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기도 한다. 대기업의 횡포도 예전과 같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유해한 환경 속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도 없다. 현재 1970년대 구로공단이 배경이 되던 때와는 40년이 훨씬 지났지만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게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이다.

  현재 콜센터에서 근무를 하는 한 여성은 “예전 여성노동자를 좋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한 ‘공순이’가 요즘은 ‘콜센이’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눈물을 머금고 애써 미소를 보였던 우리의 어머니일지도 모르는 여성노동자가 자꾸 기억에 맴돈다. 콜센터에서 기업의 감시에 쉬지도 못하며 일하는 이 여성은 어떤 전화가 올지 두렵기까지 하다고 했다.

  구로공단시절,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브랜드 운동화 하나를 사기 어려워 시위를 할 때도 ‘나도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싶다’는 구호를 외치던 이야기도 생생히 들려준다. 오물을 뒤집어쓰는 고역까지 겪으며 그들은 시위를 이어나갔다.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캄보디아 여성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옷이 얼마에 팔리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들은 관심조차 없는 것일지 모른다. 먹고 살기 힘든 이 상황에서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하는 지친 표정으로 인터뷰를 이어간다.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시위를 하는 노동자들이 무력대응을 받는 난폭한 현장에서 그들의 권리는 찾아볼 수 없다.

  처음과 중간 중간 나오는 상징적인 소녀와 그 어머니의 모습은 그전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다시 곱씹어볼 수 있는 공백을 만들어준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여인은 영화 중반 1인 시위를 하는 여성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옥상에 눈을 가리고 있는 불안하고도 위태로운 모습이 잘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여성노동자들은 분명 누군가의 어머니, 가족일 것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를 위해, 또 우리를 위해 여성의 노동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갖게 하는 영화다.

홍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