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자를 만든 사람이 한민족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 소설이라 허구지만 우리에게 문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글자전쟁」에 대해 소개한다. 이 소설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황당무계’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 아무리 픽션을 전제로 한다고 해도 이 소설의 왜곡의 정도는 지나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소개하는 이유는 역사를 이렇게도 심하게 왜곡할 수 있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자의 기원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장관 시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을 만났을 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 놓아서 우리 한국까지 문제가 많다”고 농담을 하자, 임어당이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라고 핀잔을 했다는 것이다. 동이족은 우리 민족의 뿌리이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라면 한자는 우리 글자이며 한자의 기원인 갑골문자는 동이족의 나라인 은나라의 문자라는 것이 된다. “한자는 정말 우리 글자인가?”하는 의문에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스탠퍼드 출신의 명망 있는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으며, 무기제조업체 ‘록히드마틴’에 입사한 지 2년도 안되어 헤비급 사원이 되는 등 특유의 비상한 머리와 국제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식견으로 회사에서도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는 명예로운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그저 500억의 중개료를 챙겨 안락한 인생을 살고 싶은 욕망만으로 가득한 삶을 산다. 그러던 중 무기중개 과정에서 그는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아 기소될 위기에 처한다. 법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어 궁지에 몰린 그는 결국 검찰 출석 하루 전날 중국으로 도피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비밀에 싸인 소설가 ‘킬리만자로’에게서 USB 하나를 받는다. 킬리만자로는 그에게 USB를 넘기며 이것이 중국의 치명적 약점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날 킬리만자로는 살해당하고 만다. 의문의 소설이 들어있는 USB, 그것으로 인해 그는 역사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마주하며 새로운 운명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 책은 한자(은자)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며 이태민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익과 물질 외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USB를 건네받고 소설 속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전준우의 죽음과 그 죽음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돈과 쾌락이라는, 너무 좁은 세상만을 탐닉하고 있던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새로운 행복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이 책은 한자가 중국의 선조인 화하족이 아니라 은나라의 동이족에 의해 만들어졌고 사마천과 공자는 철저히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역사 왜곡을 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를테면 중국에는 ‘답(畓)’자가 없다. 밭에 물이 들어간 논을 뜻하는 ‘답(畓)’자는 우리 민족의 생활상 익숙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든 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중국 사람들 중에는 그 글자를 아는 사람이 없다. 또한, 한자를 한자의 발음기호인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백두산이 그 예로 나오는데 백두산의 중국식 발음은 바이토우샨이지만 자전에 의한 발음은 백두산이다.

  김진명 작가는 “나는 허구라는 장치를 통해 늘 진실을 알리고자 애썼던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왜곡과 정체성의 위기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좬글자전쟁좭은 검과 활로 이뤄진 전쟁보다도 글자를 없애 정신적으로 종속시키고자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양혜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