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하철을 이용해 등하교를 하면서 불편한 장면과 마주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장애인과 임산부, 노인 등을 위해 지하철 한 켠에 마련된 ‘교통약자석(노약자석)’에 젊은 사람들은 노인이 불편하게 서있는 것을 보고도 버젓이 앉아 웃고 떠든다. 과거에는 젊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앉으면 자는 척이라도 했지만 최근에는 잡담이나 개인 업무 등을 하면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통념상 ‘노약자석’은 노인들만을 위한 자리라고 인식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지난 1일 4호선 지하철에서 66세 노인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던 임산부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임신 10주차 산모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 앉은 노인이 노약자석 표시를 가리키며 “이거 안 보이느냐”는 등 욕설을 뱉고 어깨를 때렸다. 노약자(老弱者)석의 ‘약(弱)’자는 ‘약하다’는 뜻이다. 노약자는 노인뿐만 아니라 임신부와 같이 ‘약자’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임신부들에게 노약자석을 양보하지 않아 노약자석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 임신부들은 정작 노약자석에 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젊은이와 노인, 노인과 임신부간의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어른이나 사회적 약자를 공경해야 한다’는 윤리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원인이 진단된 이상 해결책은 간단하다. 바로 ‘어른이나 사회적 약자를 공경해야 한다’는 윤리의 회복이 그 해결책이다. 개발시대에 경제성장을 이룬 주역들인 노인 세대는 본인보다 자식세대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한 경우가 많으며 이제는 사회적으로 대접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심리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이를 젊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인식은 어른을 공경하는 윤리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또 노인들 역시 임신부 등 몸이 약한 약자들도 자신들만큼이나 노약자석을 이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자리를 양보하는 윤리의식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시작으로 이 대한민국 사회 곳곳으로 널리 퍼져나간다면 우리나라가 좀 더 살기 좋은 사회로 변하지 않을까.

 최진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