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책을 펼쳤던 영조와 정조,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는 학창시절 국사시간에서부터 들어왔고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도 꾸준히 사용돼 온 소재이다.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사도’ 역시 조선의 21대 왕 영조와 그의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뒤주에 갇힌 세자와 아들을 죽인 영조. 사도세자와 관련된 역사는 역사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어서 죽인 전후 사정을 명확히 밝혀줄 증인도,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어 아직까지도 사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한 해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광증설’과, 총명하던 사도세자가 당 분쟁으로 인해 뒤주에 갇혀 죽었다는 ‘당쟁 희생설’이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이 입장에서 각각 해석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권력과 인간, 문학동네, 2012저자 정병설

“정신병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영화 ‘사도’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는 ‘한중록’의 한글판 역자이자 ‘한중록’에 대한 연구서 「권력과 인간」의 저자 정병설 교수의 이름이 눈에 띈다. 그는 저서 좬권력과 인간좭을 통해 사도세자의 죽음으로 인한 조선 후기 왕실의 권력 관계를 학문적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이 책은 사도세자의 주변 인물부터 사도세자 본인의 일생, 그리고 그가 겪은 광증과 죽음, 사후와 정조의 관련 행보까지 차례차례 살펴보며 사건을 재구성한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우수한 자질의 사도세자가 당 간 분쟁으로 희생되었다는 ‘당쟁 희생설’을 반박한다. 그는 사도세자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의 사적인 관점에서 쓰여진 ‘한중록’을 바탕으로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을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결국, 미친 세자가 영조를 공격하려다 반역죄에 걸려 뒤주에 갇혀 죽는다는 ‘광증설’에 주안점을 둔다.
  그는 역사의 빈 공간들을 연결하여 논리적으로 합당한 가설을 제시해 본인의 주장에 더욱 무게를 싣는다.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역사의 아침, 2011저자 이덕일

“사도세자는 당쟁의 희생양이다”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영조와 사도세자의 권력투쟁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절대 지존으로서 자기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던 영조에게 소론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세자는 의혹의 대상이 되었고, 노론과 영조가 한통속이 되어 세자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자식을 살해하는 영조는 비정 그 자체이다. 저자는 그의 저서를 통해 정병설 교수의 입장에 반기를 든다. ‘영조실록’이나 ‘정조실록’, 혹은 ‘어제장헌대왕지문’과 같은 다른 사료에서는 사도세자가 ‘한중록’이 전하는 정신병자와는 거리가 먼, 성군의 자질을 지닌 인물임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사도’는 정병설 교수의 ‘광증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 혹은 보고난 후 「사도세자가 꿈 꾼 나라」를 읽어보도록 권한다. 이덕일 역사학자의 입장인 ‘당쟁희생설’ 측면을 알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역사관 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