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유럽어문학과 얀 디륵스 교수가 역서 『Vaseline-Buddha 바셀린 붓다』로 제23회 대산문학상(번역부문)을 수상했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대산문학상은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이다. 디륵스 교수는 독일에서 한국학 석사과정를 마친 후, 2005년에 한국에 들어와 서울대학교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2009년 본교 독어독문학과(현 유럽어문학과) 조교수로 부임했다.

대산문학상은 1년간 출간된 단행본 작품 중에서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등 부문별로 우수한 작품에 주는 상이다. 디륵스 교수의 작품에 대해 극찬한 심사위원들의 평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디륵스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상 받은 소감은

내게 너무나 큰 영광이다. 이 문학상을 주고, 번역 지원 사업을 통해 한국문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는 대산문화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수상작품인 『바셀린 붓다』의 번역을 지원해 준 한국문학번역원에도 마찬가지로 감사드린다.

수상작 『바셀린 붓다』 어떤 책인가

소설이 아닌 소설, 또는 일종의 반(反)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일인칭 서술자를 제외하고 결정적인 인물도 없고, 어떤 뚜렷한 줄거리도, 어떤 긴장의 발전도, 어떤 명백한 메시지도 없다. 그 대신에 독자는 하나의 끝없는 생각의 흐름에 직면하는데, 흔히 우발적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무수한 생각들은 계속해서 오가며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 생각들의 소용돌이 중심에는 현기증과 불면증을 앓는 무명의 남성 일인칭 화자가 있다. 독자는 화자와 함께 모험적으로 배회하며 다양한 나라와 장소들을 다니게 되는데, 이 장소들은 지리적, 문화적 공간이라기보다는 정신적, 심리적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연상의 짙은 안개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상들이 나타나 잠시 동안 의식 속에서 어떤 모습을 취했다가 다시 사라지는 부분이다. 그 외에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이 소설은 결국은 계속해서 제기된 모든 질문들에 아무 답이 없는 상태로 끝이 난다.

이 작품을 번역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이 소설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초월하고, 인간의 ‘의식체험’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나는 이 작품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독일어가 『바셀린 붓다』의 원작자 정영문 작가의 독특한 문체를 살려주는 데 잘 어울리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독일어의 문법은 복잡한 만큼 정확성과 내부적인 논리성이 높아서 길고 복잡한 문장을 만드는 데 한국어보다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번역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될 때는 언제였나

어떤 작가인지, 어떤 작품인지, 어떤 문맥인지, 어떤 문장인지 등에 따라 매번 고민이 달라진다. 『바셀린 붓다』라는 제목은 ‘바셀린으로 된 부처’ 또는 ‘바셀린을 붓다’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런 말장난을 독일어에서 흉내 낼까 말까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은 단순하게 『Vaseline-Buddha』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이번 번역의 가장 까다로운 문제는 작품의 독특한 문체였다. 이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는 아주 길고 복잡하게 얽혀진 문장들인데, 어떤 문장들은 하루 안에도 다 번역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강의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처음에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던 것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왜 나에게 그냥 물어보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질문을 하는 것이 수업에서 뺄 수 없는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학생들은 질문하면 수업의 순조로운 흐름이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내 강의방법, 그리고 내 교육학적인 원칙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곤 한다. 결국 모든 소통문제는 소통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