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범모 회화조소과 교수

 본교 예술대학 회화전공 윤범모 교수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에 위촉됐다. 윤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한국큐레이터협회장,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창립회장,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객원교수, 광주비엔날레 특별 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 등을 역임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예술총감독에 선임된 소감은.
 규모가 큰 행사의 총감독이 되어 어깨가 무겁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 문화와 예술을 선양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번 광주비엔날레에서 책임큐레이터로 활동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자리인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는 특정 주제 아래 국내외 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꾸미는 것이 역할이었던 반면 엑스포는 미술 이외 다양한 장르와 시각에서 꾸며야 하는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란 무엇인가.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만든 문화재단의 대규모 사업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이질적인 문화들을 융화해 인류문화를 새롭게 꽃피운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문화박람회로 2~3년마다 개최되며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9번 개최됐다. 또한 엑스포 행사는 국내와 국외를 번갈아가며 축제 형식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번 해외 행사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해 세계적 주목을 끌었는데 당시 나는 미술전시 하나를 기획하면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엑스포는 콘텐츠와 전시품을 보강해 3월 상시 개장 할 예정이며, 2017년에는 해외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옆에 대규모의 엑스포 공원을 운영하고 있다. 공원에는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어 이를 문화공간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어떤 엑스포를 만들 생각인가.
 올해는 엑스포 공원의 상시 개장에 따른 문화예술의 국내용 사업에 집중하면서 내년도 해외 행사를 준비할 것이다. 단일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150억원대의 예산 규모여서 컨텐츠 개발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난번의 이스탄불 행사에서 동서문화 교류라는 실크로드의 시각으로 개최된 전통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는 흔히 ‘지구촌 시대’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지구촌이라는 용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냉철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주체의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류(韓流)라는 말도 새롭게 분석하고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주체적 담론 생산이 더 중요해지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경주엑스포가 지향하는 바는.
 경주는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국제적 고도(古都)이며 삼국을 통일했던 저력의 도시이기도 하다. 통일신라의 경우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시대였던 것 같다. 그런 시대정신이 찬란한 신라문화를 이룩한 것이라고 본다. 근래에 나는 신라문화의 핵심을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토함산 석굴암’이라는 장편 시집을 펴냈다. 토함산 석굴암은 신라문화의 대표작이다. 이 석굴암을 신라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는 한마디로 국제컨소시엄 방식에 의한 동서문화의 결정체라고 본다. 즉 실크로드 종점에서 이룩한 장쾌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석굴암에서 신라인의 과학정신, 예술정신, 불교정신 등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석굴암 문화의 연구와 올바른 계승, 그것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닌가 한다. 21세기형 실크로드 문화의 복구사업 말이다.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에 있든 항상 주인공 의식으로 살라는 것이다. 주체적 삶의 개척, 그리고 상상력과 도전의식. 어차피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이니 보다 당당하게 주체적 삶을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그런 결과의 하나로 지난 1월 인사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본교 미술대 졸업생 작가 10여명을 선정한 전시 ‘제3지대’를 개최했다. 이 전시는 올해 상반기의 주목 받는 전시의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으며 지금은 경기도미술관에서 받아 ‘경기 잡가’라는 이름으로 전시 중이다. 나는 자애적 방목주의가 오늘날 스타 작가 탄생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미술평론가로서, 그리고 전시기획자로서 평생을 살아온 결과의 하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