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험공화국’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12년을 지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만 대학교에 와서도 결코 시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대학교에서도 쪽지시험,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수많은 시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사람들은 토익 등의 어학시험과 각종 자격증 시험, 공무원 시험, 토플 기업 입사시험 등을 선택해 공부하기도 한다.
  나는 시험이 나쁘다고, 없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험이 존재해야만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하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면 그동안 해온 공부가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개강 후 첫 수업시간은 모든 것이 새롭고 어렵게만 느껴지곤 한다. 이는 시험이 나만의 생각을 통해 공부를 하고 가치관 등이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이 배제된, 정답만을 고르거나 써야 하는 시험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때문에 우리는 생각보다는 암기가, 비판적 사고보다는 수용적 사고가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트렌드 코리아 2016〉라는 책에는 2016년 10대 소비트렌드 중 ‘브랜드의 몰락 가성비의 약진’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절대가치를 계산하며 감정적이고 상대적인 과시의 만족감보다는 품질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가격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이 예로 샤오미 열풍, PB상품의 약진, 저가항공사의 이용 상승 등이 있다. 더 나아가 정보를 가진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환상을 믿지 않으며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상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저렴한 것만 찾지 않으며 그 예로 프리미엄김밥과 한정판 피규어 등을 들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개인이 어떠한 시험을 준비하려 한다면 남들이 다 준비한다는 시험의 환상에 빠지지 않고, 그 시험이 자신에게 어떠한 이득이 될지 찾는 것이 좋겠다. 또한 시험을 잘 봐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무조건 정답을 찾기보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시험은 무조건 잘 봐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시험의 방법 등에 대한 제도적인 고민 또한 필요하다. 시험의 방법이 바뀐다면 우리들이 공부하는 방법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험의 목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에게 시험은 성공과 실패, 합격자와 불합격자 등을 나누는 줄 세우기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험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 목적이 ‘성장’으로 바뀐다면 우리의 시험 또한 ‘성장’을 위한 공부로 탈바꿈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