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올라가던 롤러코스터가 꼭대기에 거의 도달하자 안내방송에서 경쾌한 목소리로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이라는 말이 나오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이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이제 거실 소파에서도 펼쳐진다.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VR(Vitrual Reality, 가상현실)’이다. VR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세계최대의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공인된 24조원 블루오션, VR산업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MWC) 2016’가 지난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MWC는 매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산업 및 회의를 위한 세계 최대 박람회다. 올해 MWC에는 휴대폰, 이동통신, 웨어러블 등 모바일과 관련된 2,500여 개 기업이 참여했고 관람객도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이번 MWC의 핵심 키워드는 사실상 ‘VR 서비스’였다. 가상현실이란 컴퓨터 기술로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을 자극해 사용자가 화면상의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두 IT(정보기술) 기업은 물론이고 통신·반도체·자동차 회사까지 일제히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랜드포스는 VR기기 시장이 2020년에 VR기기 연간 3,800만대를 팔며 200억 달러(약 24조 6,700억원)를 벌어들이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VR기기를 활용한 게임·관광·의료 등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시장의 수입은 500억 달러(약 61조 6,600억원)에 달해 VR기기보다 2배 이상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봤다. 페이스북의 CEO 저커버그는 “VR은 가장 사회적인 플랫폼이자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VR산업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5G 기술로 VR기기 열풍 주도한 한국 기업

 VR 열풍은 MWC의 메인 전시관에 자리 잡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VR기기 ‘기어VR’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롤러코스터 체험관은 MWC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다. 이들은 3~4분 정도의 VR 롤러코스터를 체험하기 위해 30분~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삼성은 단지 눈으로만 VR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체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4D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진동 의자 28개를 설치했다. ‘기어 VR’을 머리에 쓰고 영상을 보면 진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IT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통신사들도 이번 MWC를 통해 VR콘텐츠 시연에 적극적으로 나서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VR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기 위해선 일반 동영상보다 용량이 수십 배 큰 VR콘텐츠를 끊김 없이 빠르게 전송하는 초고속 통신 기술이 꼭 필요하다. 통신사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4G(4세대 이동통신)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0배 이상 빠른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VR콘텐츠와 결합해 시연했다.
 SK텔레콤은 전시관에 노란색 잠수함처럼 생긴 VR 체험 시설을 설치했다. 선원 복장 차림을 한 도우미들의 안내로 잠수함에 들어가면 그 안에서 VR 기기를 통해 약 6분간 해저 탐험을 하게 된다. 잠수함이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에다 눈앞에서 물고기 떼가 지나가고 고개를 숙이면 발아래에 푸른 산호초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오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세계 최초 5G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삼은 KT는 이번 MWC에서 스키 점프를 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눈앞에서 보듯 생생한 뉴스, VR 저널리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약속이나 한 듯 이번 ‘MWC 2016’에서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을 공개하며 VR 콘텐츠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시청 기기를 함께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두 IT기업이 본격적으로 VR 확산에 뛰어든 만큼 VR 서비스가 빠르게 우리 삶 속에 파고들 것으로 전망했다.
 VR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뉴스를 접하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진다. 거실에서도 뉴스 현장을 입체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VR 저널리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시내 번화가 한복판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언론사는 VR 뉴스를 통해 생생한 보도를 할 수 있다. 독자가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이어폰을 꽂은 채 뉴스를 보면 마치 화재 현장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국내외 주요 언론사들은 ‘VR 저널리즘’을 앞다퉈 적용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VR 뉴스를 시청할 수 있는 기기 ‘카드보드’와 전용 앱 ‘VR조선’을 무료로 배포했다. VR 뉴스 영상도 계속 확충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고가의 VR 전용 ‘360도 카메라’ 가격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기자들이 뉴스 현장에서 VR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모습이 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길 가던 시민들도 누구나 VR 기기를 꺼내 목격한 현장을 찍을 수 있다. 이를 언론사에 제보하거나 유튜브·페이스북 등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VR 서비스가 우리 삶에 쉽게 제공되면 2차원적으로만 접하던 뉴스를 3차원적으로 접할 수 있어 뉴스 내용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공감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