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수상 소식과 함께 한강의 수상작인 〈채식주의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동시에 한국 문학의 꾸준한 저력에 대해 얘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소설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 ‘나무불꽃’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남편, 형부, 언니 등 3명의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된다. 육식을 거부하는 영혜를 바라보는 그의 남편 ‘나’의 이야기인데 어릴 때 육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입은 영혜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엮었다.
  한강은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유명한 작가 한승원의 딸로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남편은 평론가 겸 교수이고, 오빠 또한 소설가이며 남동생은 만화가 겸 소설가인 문학가 집안이다.
  1994년 서울신문에 ‘붉은 닻’ 으로 등단하면서 그녀의 작품생활은 시작됐다. 그녀의 작품으로는 ‘소년이 온다’, ‘바람이 분다, 가라’가 있고, 최근작으로는 올해 발표한 ‘흰’이 있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지난 16일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맨부커상은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으로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이 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영연방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맨부커상과 비영연방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으로 나뉘고 각각 10월과 5월 수상작을 발표한다.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과 중국의 유명 작가 옌렌커 등을 제치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으로 “짧으면서도, 격렬하고, 충격적인 이 책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각인돼 아마도 꿈에까지 남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수상을 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은 영국 작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이었다. 심사위원장은 데보라의 변역에 대해 “완벽한 번역을 통해 소설 매 순간 순간의 아름다우면서도 공포스러운 기묘한 혼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이 우수성을 알리지 못한 이유로는 영어로 번역했을 때 느낄 수 없는 한글만의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번역의 한계가 있었다. 한강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데보라 스미스의 영문판 번역에 대해 “소설에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데보라의 번역도 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번역이었다”며 “채식주의자 1장에서 영혜가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을 제 감정 그 톤 그대로 번역했다고 느꼈고 마음이 통했다고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으로 해외에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그동안 있었던 번역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된다.

고은·황석영 거론되지만 … 아직은 머나먼 노벨상

  우리나라는 노벨상 같은 해외의 큰 상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한 긴장관계를 해방시키고 남북통일의 기초를 다진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노벨문학상 후보로 고은 시인이나 황석영 작가 등 여러 이름이 거론되며 후보에는 들었지만 상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국적 변경한 인원을 제외해도 22명이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 걸까?
  일본은 현재 6가지의 노벨상 분야 중 경제학상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수상자가 있는데, 특히 과학 분야는 매우 두드러진다. 일본이 과학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해내는 이유로 2가지가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과학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일본의 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의 5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고 고가의 좋은 장비가 많이 갖춰져 있다. 그리고 한 우물만 파는 일본인의 근성, ‘장인정신’이 연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노벨상 수상자 이력을 보면 명문대학 출신에 치중되어 있지 않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전통을 이어받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문학에서는 2명의 수상자가 있는데 그 중 한명이 1968년에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이다. 수상평으로 “일본인의 심리와 본질을 그린, 매우 섬세한 표현에 의한 서술이 탁월하다”라고 했는데 이는 번역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번역의 질과 양의 차이가 있다. 한국 문학이 동아시아 3국 중 가장 뒤늦게 주목받게 된 점에는 미흡한 번역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혀왔다. 일본은 1950년대부터 국가와 민간이 손잡고 2만여 종의 번역작품을 해외에 선보였으나 외국에 소개된 한국 문학은 2,000종 정도에 그친다.
  이번 한강의 수상으로 해외에 한국 문학이 빛을 본 만큼 한국 문학의 존재감을 보여줄 여러 작가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번역하고 꾸준히 소개하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