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가 지난 19일 예술대학2 예음홀에서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는 시대 속의 수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박 교수는 수학의 역사와 진법에 대해 여러 예시를 들며 수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방대한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전공과목이 수학과 관련 없다고 수학과 무관한 삶을 확신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수학과 무관한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문자가 발견되기 전 시대를 선사시대라 한다. 역사엔 문자가 있었던 날보다 없었던 날들이 더 많았다. 그 문자가 없었던 긴 시간 동안 사람들 사이의 소통수단은 음악, 미술 그리고 수학이었다. 이 세 가지는 고고학적 증거에 의해 약 3만 년이나 우리 삶 속에 있었다.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수학의 역사성을 논하지 않고 수학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
  선사시대는 샤머니즘적 성향이 강했다. 종족들이 번성하기 위해 많은 인적 자원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다산이 중요했다. 다산을 상징하는 큰 엉덩이의 여성이 미인상이 됐고 이를 기원하며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이렇듯 기원하는 바를 추상적인 예술로 표현한 것과 같이 수학도 추상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사냥이 있다. 사냥을 통해 삶을 이어갔던 그들은 성공적인 사냥을 바랐고, 사냥에 성공하면 더 많은 동물을 잡길 바라며 잡은 동물의 뼈를 나열해 기록했다. 동물의 뼈를 표시할 때 쓰인 것이 수학의 수였다. 이렇게 수학은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우리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바빌로니아 문명의 중심지이자 세 개의 큰 대륙들이 만나는 바빌론은 교역의 요충지였다. 그래서 이곳은 복합적인 물물교환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장사가 발전했다. 상업수단이 발전하면서 일차방정식과 이차방정식 등의 상업수학이 발전했고 그로 인해 고대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는 응용적 실용수학이 발전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 시대가 오면서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들로 인해 신비하고 철학적인 추상적 수학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이 여러 문화들을 융합해 알렉산드리아를 수도로 세계의 중심이 되면서 미적분과 기하학과 같은 고차원적 수학이 발전했다.
  이진법은 21세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컴퓨터에서 많이 활용되는 언어로 기계들에 명령을 입력하는 용도로 쓰인다. 십진법과 십육진법이 있지만 주로 이진법을 쓰는 이유는 간결하고 뜻이 애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법의 쓰임을 잘 나타낸 예로 영화 ‘마션’이 있다.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 마크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지구에 알리기 위해 썼던 방법이 바로 십육진법이다. 이를 통해 마크는 지구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마침내 돌아올 수 있었다.
  발전하는 수학만큼 중요해지는 것이 데이터다. 사회 여러 방면에서 필요한 통계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간호사로 유명한 통계학자 나이팅게일에 대해 얘기해보자. 영국에서 크림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났을 때 나이팅게일은 많은 사람들이 죽는 이유를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대다수가 병원의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해 개선을 주도했고 그로 인해 사망률이 감소했다. 나이팅게일은 자신이 잘하는 통계를 통해 의학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긴 것이다.
  빅데이터가 대두되면서 방대한 데이터들을 이용해 그 의미를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를 세우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러므로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계없이 모든 학우들이 이러한 자질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