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내내 찜통더위가 지속됐다.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에도 전국적으로 폭염경보 및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대홍수가, 이탈리아에서는 스모그 현상이, 미국에서는 폭풍이 몰아치는 등 전 세계가 기상이변을 겪고 있다. 세계기상지구는 올 가을 라니냐가 발달할 확률이 65%로 예측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세계적인 기상이변의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난주까지 연일 무더위가 지속돼 열대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밤의 연속이었다. 열대야는 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 게다가 서울과 수도권의 도심 온도는 열섬 현상 때문에 공식 기온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잇따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6일 올해 폭염에 의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4년 만에 최다인 15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온열질환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의 1.8배에 달했다. 또한 6월부터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더위 때문에 해충이 급증해 전국 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경기 화성시 송산면 포도밭 일대는 방제작업을 실시했음에도 꽃매미 유충들이 작물 곳곳에 달라붙어 그 배설물 악취가 진동했다. 안성시 일죽면 일대 인삼밭은 미국선녀벌레가 작물의 진액을 빨아먹어 작물을 고사시켰다. 그리고 이상기온으로 보리농사를 망친 농가들이 늘어났다. 5월부터 시작된 강한 햇빛과 높은 일사량으로 수분 증발이 많아져 알곡이 차지 않은 겉마름이 나타나 수확량이 많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식어민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해수 온도가 급상승해 전복과 가두리 양식장의 어류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지구촌도 역대급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 속에 세계 곳곳에서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이 잇따라 깨졌다. 지난 7월 말 쿠웨이트 북서부 미트리바와 이라크 국경 너머 바스라에서는 수은주가 섭씨 53.9도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중국에선 한낮 최고기온이 40도가 넘어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일본 야마나시현의 기온도 섭씨 39.2도까지 오르는 등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지난 15일 7월 기온이 1880년 이래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올 폭염은 엘니뇨·열섬 탓
  이번 이상 기온 현상의 원인으로 엘니뇨가 지목되고 있다.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남아메리카 대륙 서쪽 해안으로부터 중앙 태평양에 이르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의 넓은 범위에서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 현상이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끝났지만, 지구는 여전히 엘니뇨 영향권에 있다.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엘니뇨가 이상 기온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특히 기상학자인 킴 코브는 “엘니뇨가 사라진 상황에서 세계 평균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면서 이상 기온 현상의 원인이 화석 연료 연소 등 여러 이유에 기인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서너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한국의 안정한 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이게 되면서 구름발달이 억제되어 폭염이 지속되었다. 또한 중국 쪽에서 고온의 건조한 공기가 유입된 점도 이번 폭염에 영향을 미쳤다.
  또 서울 지역의 폭염 현상에 대해서는 ‘열섬 현상’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열섬 현상은 인구의 증가, 인공열의 방출 등의 영향으로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서울이나 대도시 중심으로 일어나는데, 특히 서울의 경우 아스팔트가 흡수한 복사열, 차량과 빌딩에서 내뿜는 냉방열, 실외기 사용 등으로 기온이 더욱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 미세먼지가 도심 지역의 기온을 높이는 열섬현상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옥상정원, 도로 녹지 늘려야
  도시 열섬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주시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나무가꾸기와 도심 곳곳을 숲으로 만드는 ‘전주 온통 숲 프로젝트’ 등을 통해 도심 속 열섬 현상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전주 온통 숲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거주지 주변과 주요 거리 등 도심 생활권 곳곳에 각종 숲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시에서는 도심이 더 더운 탓은 녹지 부족이라고 판단하고 녹지 조성 방식인 옥상정원(옥상녹화)을 설치했다.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면 콘크리트 건물로 내리꽂히는 태양열을 흡수해 건물 안의 온도를 약 4도 낮춰준다. 또 다른 도심 녹지 조성 방식인 콘크리트옹벽과 구조물의 벽면에 덩굴성 식물을 심는 벽면녹지를 진행하고 있다. 벽면녹지를 실행하면 건물 벽에 도달하는 일사량을 5% 이하로 감소시키고 벽면 실내 표면온도를 최대 10도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을 늘려 공기를 정화하고 대기오염물질을 저감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띠녹지는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에 나무나 꽃을 심어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가로수는 반경 25m 이내 온도를 주변보다 2도 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태양의 일사열을 축적했다가 그대로 뿜어내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와 달리 가로수는 열을 흡수해 도심 기온을 낮춘다. 
  그리고 천안시에서는 주요 도로변 4.8km에 각종 야생화, 관목류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띠녹지 조성사업을 실시했다. 띠녹지는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에 나무나 꽃을 심어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가로수는 반경 25m 이내 온도를 주변보다  2도 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