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양날의 칼이다. 바른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육성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바르지 못한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인성과 창의성을 앗아간다. 그렇다면 바른 교육은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교육의 지향점을 제안하는 조정래의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는 독자들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한국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학생들보다 압도적으로 길지만 학업 성취도는 가장 낮다. 한국에서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은 하루 평균 1.5명. 〈풀꽃도 꽃이다〉는 이런 현실 속에서 바른 교육과 건강한 가치관을 찾는 이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이 책의 장르는 소설이지만 작품 속 배경은 결코 소설 같지 않다. 1분이라도 더 공부를 시키려는 부모와 그런 부모로부터 해방을 갈망하는 자녀로 이뤄진 가정, 학교 안에서의 여러 갈등들,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지식만을 주입시키는 교육부의 정책까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을 배경으로 삼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무한경쟁 시대다. 무한경쟁 시대는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아이를 ‘문제아’로 규정한다. 그 시대의 흐름에 맞서 저자는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며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라고 대응한다.
  경쟁에서의 승리는 우수한 성적을 낳고, 우수한 성적은 사회에서 성공을 낳는다. 자녀들이 사회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부모들은 끊임없이 자녀들을 채찍질한다. 또한 성공이라는 타이틀 앞에 관계와 우정은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해 버린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딸 최예슬과 갈등을 빚는 엄마 최미혜는 이렇게 소리친다. “그놈의 친구, 친구. 친구들하고 무슨 짓을 하길래 친구가 그렇게 중요하니? 이 멍청아, 친구도 다 적이야, 경쟁의 적!”
  가정 안에서의 그릇된 가치관 형성에는 학교의 책임 또한 있다. 요즘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교와 교사가 판을 친다. 또한 모의고사 성적표를 복도 벽에 붙여 학생들에게 위화감과 긴장감을 야기한다. 이와 같은 ‘차별 교육’을 반대하는 소설 속 고등학교 교사 강교민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저자는 우수한 성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규정하고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가장 큰 목표로 제시하는 학교의 분위기가 ‘왕따’와 학교 폭력의 근원이라고 진단한다. 많은 이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진’에 대해 저자는 “일진은 동료 학생들의 가해자인 동시에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학생들을 끝없는 경쟁의 늪으로 몰아넣는 부모와 학교는 가해자,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학생들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시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부모와 교사도 시대의 흐름과 정부의 잘못된 제도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높은 이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가의 교육 방법을 도입했고, 이는 ‘무한 경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시킨 것이 바로 ‘일제고사’다. 일제고사가 야기한 두 가지 큰 문제는 전국적인 경쟁 유발과 성적순 줄 세우기였다.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타인을 향한 배려, 협업 정신을 가르치지 않는다. 정제된 지식을 주입하고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벅차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무한경쟁의 불을 지핀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계속해서 “참 교육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 그 답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찾아내야 한다. 우수한 성적보다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나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풀꽃도 꽃으로 인정하는 나라. 바른 교육은 대한민국을 이런 나라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