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관태기’를 앓고 있다. 관태기는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를 느끼는 20대의 모습을 가리키는 트렌드 키워드다. 대부분의 학우들은 SNS로 계속해서 연락 하지만 사실상 깊은 관계는 형성되지 않는다. 또 하루에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지만 정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는 적다. 이와 관련된 ‘SNS의 관계 확장의 역설’에 대해 알아봤다.
 

 SNS의 특징

  SNS는 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다.

  이는 사회적 관계 맺기와 정보 유통의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여기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존재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노출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사생활이 노출돼 사생활 침해를 초래한다.

  장덕진 교수의 〈언론정보연구〉 논문에서 ‘한국인 트위터 네트워크의 구조와 동학’을 보면 한국인 트위터 이용자들은 평균 3.8명 정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고 한다. 리트위트에 걸리는 시간은 25초에 불과하다.

  SNS의 빠른 전파력은 실시간으로 쌍방향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토론을 벌일 수 있지만 SNS상으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이 심도 있게 토론될 가능성은 낮다. 수많은 의견들이 빠르게 표출되지만 심층적인 내용이 아닌 단발적인 글뿐이기 때문이다. 또 SNS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 위주의 콘텐츠가 공유돼 문제다. 소식이 빠르게 유통되고 자신의 정보가 불특정 다수의 검열을 받게 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인맥 착시 효과

   관계 확장의 역설은 SNS의 발달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관계의 폭이 넓어지는 것에 반비례해 관계의 깊이는 얕아지는 것을 뜻한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옥스퍼드대 교수)는 인간의 신피질 크기를 감안할 때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 수는 약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아무리 발이 넓고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온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는 150명이란 것이다. 이른바 ‘던바의 법칙’이다.

  이에 앞서 KAIST 연구진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40만개의 방문자를 분석한 결과 친한 친구의 수는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 결과들은 SNS의 등장으로 인간관계 구축 능력이 무한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임예진(사회복지1) 학우는 SNS를 통해 계속 교류하고 소통하지만 공허해지는 허탈감에 SNS앱을 지운 적이 있다. 카카오톡 친구는 300명이 넘지만 실제 친한 사람은 30명도 채 안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인맥 유지’를 위해 SNS를 사용한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인 페이스북 친구 수가 많고 좋아요 수가 백 개가 넘어가도 정작 연락할 수 있는 친구는 소수다.

  ‘언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어디 놀러 가자’ 등의 말만 할 뿐 실제로는 잘 만나지도 않는다.

  관계 맺기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깊이 있는 인연보다 넓고 얕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피로감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쉽게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지 않지만 온라인에서는 계속 연결돼 있어 친밀한 관계로 인식된다. SNS 때문에 하루 종일 사람들과 연결된 기분을 느끼게 해 ‘인맥 착시효과’까지 준다.

SNS로 인한 변화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가 2010년 1월 1일부터 2016년 10월 15일까지 블로그와 트위터, 기사, 커뮤니티를 분석해 ‘관태기’에 대해 알아봤다. 분석 결과 ‘관태기’는 지난해 11월 초 12회 언급되며 처음 등장했다. 최근에는 1000회나 언급되며 폭발적으로 늘었다. 또 ‘솔플’, ‘혼술’, ‘혼밥’, ‘혼놀’ 등의 언급량은 조사 기간 평균 10배 이상 폭증했다. ‘솔로 플레이’의 줄임말인 ‘솔플’은 혼자 놀기를 뜻하는 말로 2010년 약 1만 번 언급됐다가 올해 약 11만 번으로 10배가량 뛰었다. 혼자 밥 먹는다는 뜻의 ‘혼밥’ 역시 2010년 6회 언급됐지만 올해는 6000회나 언급됐다. 이는 관계로 인한 피로 때문에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웃사이더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옛말이다. 대학에서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가 성행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에서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말했다. SNS로 인한 관계 맺기에 지쳐 ‘관계 피로증’까지 앓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안은 가족의 날, 조기 퇴근의 날을 늘려 공적 업무와 개인적인 휴식 시간을 분리하는 것이다. SNS로 쌓은 관계는 직접 관계를 맺은 사이보다 훨씬 가볍고 얇다.

‘좋아요’ 공감만 존재하는 SNS , 대학에 질문이 사라졌다

양승현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인터뷰

SNS 관계 확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대인들은 SNS를 통해 관계를 맺고 확장시켜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회적 연계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 SNS로 계속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바쁘고 분주하게 지낸다.

  온라인을 통한 관계는 계속해서 무한하게 넓어지지만 그 깊이는 상대적으로 얕다.

  과거에는 편지나 문자를 통해 사적인 감정을 교환하며 깊이 있는 내용을 주고받아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적인 메시지를 네트워크를 통해 업로드하는 순간 공적인 것이 된다. 사적과 공적 간의 경계를 허물어 투명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조작, 편집이 수월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

발효시키는 균, 부패시키는 균이 있듯 SNS에도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있다.

관계 중심 사회의 문제점은

  SNS로 끊임없이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낙오될 것이라는 심리가 사람들을 피로하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원초적으로 타인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SNS를 통해 계속 소통해야 한다는 강박이 현대인들을 지치게 한다.

  SNS관계는 매끄럽고 획일적이며 잘 다듬어진 길 위에서 맺어진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맺어진다.

  인간은 사람 ‘인’과 사이 ’간‘이라는 한자어로 이뤄져 있다. 복잡한 감정을 교환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관계는 맺어진다.

SNS의 얕은 관계에 대한 보완점은

  SNS의 얕은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온라인을 통해 공감을 표시하고 우호적인 생각을 한 사람을 오프라인으로 데려온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북콘서트, 청춘콘서트’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현재는 삶에서 영감을 얻고 고뇌하며 현상을 낯설게 보고 탐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것은 오직 대학 생활 4년 동안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의 축적은 혼자만의 시간에서 인내와 끈기로 이뤄진다. 하지만 SNS가 생겨남으로써 오직 ‘공감’만 존재해 현재 대학가에서는 질문이 사라졌다.

  학생들은 무의미하고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여론에 휩싸이지 말고, SNS와 일정한 거리를 둬 학문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