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믹스라이스’의 조지은 동문(오른쪽)과 양철모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소를 띠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
조지은(회화94) 동문
 
  가천대 조지은 동문과 남편 양철모 작가가 팀을 이룬 그룹 ‘믹스라이스(MIXRICE)’가 지난달 13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믹스라이스는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한국 사람들이 오래된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잃어가는 현실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또한 1970년대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설치 작품 ‘재개발 구역’에서 곧 버려지게 될 나무들을 담은 사진, 영상 작품 등을 선보였다. 커뮤니티아트와 아트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작품을 만드는 조지은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의 의미와 수상 소감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은 에르메스상과 함께 국내 미술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올해의 작가’라는 주제로 열렸던 정례 전시에서 2012년부터는 역량 있는 작가들을 후원하는 수상 제도로 변경됐다. 이런 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작가로서 흔치 않은 일이다. 또한 한국 사회는 공동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과 시점에 놓여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공동체와 연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룹 ‘믹스라이스’의 의미는
  믹스라이스를 구성할 당시 교류했던 사람들이 모두 아시아인이었다. 해외에서 전시할 때 같이 활동하는 동료로는 개인적으로 서양인보다 아시아인이 더 친숙하고 정이 많이 갔다. 서양인들을 만나게 되면 보통 그들은 우리에게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같은 아시아인들끼리는 서로의 국가에 무슨 일이 있는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만났을 때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또한 아시아인은 대부분 농경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주식은 쌀이다. 때문에 ‘혼합잡곡’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룹 이름을 정했다. 우리가 하는 커뮤니티아트와 아트프로젝트도 믹스라이스라는 뜻에 걸맞게 서로 연관돼 있다.

커뮤니티아트는 무엇인가
  커뮤니티아트는 특정 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구를 가진 예술가들의 활동이다. 우연히 마석이라는 동네를 간 적이 있는데 마석가구단지는 이주 노동자들이 가족 단위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이주민들은 그곳을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기에 마석을 한국 내부에 있는 외부라고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돈을 위해 끊임없이 개발만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마석가구단지가 개발될지 모른다. 이 지역이 개발된다면 그들의 집을 없애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억도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현 지역 사회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었고 이주민들을 만나면서 우연히 커뮤니티아트를 만들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주민들은 실제 자신이 겪었던 내용으로 구성된 ‘불법인생’이라는 연극을 공연했다. 이 연극에 참여하며 이주민들의 무대 장소를 보고 ‘어떤무대’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아트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아트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물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식물 중 나무에 중점을 둬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언젠가 천년 된 느티나무가 반포의 어느 아파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천년의 나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궁금했고 이 질문의 답을 찾아다니던 것이 ‘식물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현재의 나무 심는 법은 과거와 달리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또한 오래된 나무를 오직 돈으로만 생각하며 사고팔아 그 과정에서 나무가 죽기도 한다. 이러한 개발 우선 시대에 벌어지는 커뮤니티 붕괴 현상을 강제 이주당하는 식물들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금까지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마석동네 페스티벌’이다. 이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축제이며 방문하는 사람들의 국적이 정말 다양하다. ‘마석동네 페스티벌’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되도록 만들었다. 목사, 신부뿐만 아니라 인류학자와 사회학자가 조사를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 정치·사회적으로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그날이 가장 즐거웠다.

학생들에게 한마디
  미술 작품을 만드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졸업한 뒤 전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를 위해 작품을 만들면 안 된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은지 명확히 정해야 한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뚜렷이 존재해야 전시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도전을 해도 전시회를 열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제도 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틀이 있다면 그 순간 사고가 경직되고 몸이 굳는다. 따라서 학생일 때 누군가 시키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