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정의’ 를 찾아서…영화 <재심>

 ‘헬조선’.대한민국을 비하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헬조선’은 문자 그대로 지옥과 같은 대한민국을 의미한다. 헬조선을 보며 영화 <재심>은 이렇게 말한다. “지옥이 더 공평하기라도 하지… 거긴 죄 지은 만큼만 벌을 받잖아?”
 <재심>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된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은 15세 소년이 ‘택시 기사를 죽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복역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소년을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계속되는 압박을 이기지 못한 소년은 결국 허위로 자백해 교도소에 수감된다. 복역 후 소년은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 변호사를 통해 재심을 청구한다. 진범이 밝혀져 소년의 누명은 벗겨졌지만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로 인해 10년간의 교도소 생활은 배상받지 못했다.
 이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사법 개혁은 이와 같은 사례를 정의에 입각해 해결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재심>은 물질 만능주의로 물든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정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돈’을 최고 가치로 두는 변호사 이준영(정우)은 택시 기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조현우(강하늘)를 처음엔 단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변호한다. 그러나 잘못된 판결로 삶이 망가져버린 조현우를 보며 물질만을 추구하던 이준영은 ‘정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이준영은 ‘진실’이라는 가치를 선택하고 조현우를 위한 재심을 준비한다.
 우리나라에는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어딘가에서 정의가 가려져 무너진 자신의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해 외롭게 저항한다.
 우리는 준영처럼, ‘진실’을 위해 부딪혀야 한다. 정의를 가리려는 사람들 앞에서 이준영처럼 당당하게 말해보자. “그들이 우리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여기에 서 있습니다.”

살인자로 조작된 백수 … 영화 〈조작된 도시〉
 

 영화 〈조작된 도시〉의 주인공 권유는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이지만 온라인 게임에 빠져 사는 청년 백수다. 여느 때와 같이 PC방에 있던 어느 날, 그는 여성의 전화를 받은 후, 이유도 모른 채 그 여성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되어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모든 증거는 짜인 것처럼 권유를 범인으로 몰고갔다. 〈조작된 도시〉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탈옥한 권유가 게임 팀원들과 자신의 누명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화려한 액션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뛰어났다. 질질 끌지 않은 내용 전개는 속도감을 더한다. 시원한 결말 역시 내용에 흥미를 더해줬다.
 하지만 과한 CG와 유치한 연출은 영화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 소재는 신선했지만 스토리는 뻔했다. 영화에 너무 많은 것을 넣으려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또한 영화가 정신이 없고 과장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감독이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2027년쯤으로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요즘 부조리한 사회 문제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나온다. 이 영화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 문제를 향한 분노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해소하기도 한다.
 영화 속 액션들은 비현실적이지만 주인공의 억울한 누명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조작된 도시>를 통해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 성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