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고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4월. 한국의 경치는 밝게 물들어간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4월은 밝지 않다. ‘4월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으로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4월에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대우조선 법정관리설 등과 같은 악재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대우조선, 끝나지 않은 ‘빚과의 전쟁’

정부, 대우조선에 2조 9천억원 추가 지원
출자전환 등 대규모 채무 재조정 선행 조건

재조정 실패시 시중은행까지 연쇄 타격

정부가 대우조선에 2조 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1년 6개월간 ‘추가 지원은 없다’고 공언해온 말을 뒤집을 정도로 대우조선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2015년 10월 4조 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예상했던 수주 목표의 약 1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대우조선은 오는 21일 4,4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1조 5,000억원의 빚을 갚아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일시적인 지원으로 4월을 넘긴다 해도 5~7월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미봉책으로 4월 위기를 넘겨도 유동성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시장 불안이 커지기 때문에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신규 자금 지원에는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시중은행·회사채 채권자가 대출금 2조 9,000억원을 주식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대우조선을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 P-플랜)’에 집어넣기로 했다. ‘P-플랜’은 기존의 회생 시스템인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결합한 제도다. P-플랜을 활용하면 채무 조정을 하면서도 신규 자금을 지원받는 게 가능하다.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 방안·채무 재조정안 등의 기업 회생 계획안을 만드는 순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이후 기업을 법정관리에 보내면 법원은 2~3개월 동안 일률적으로 채무조정을 하고 다시 채권단에 보내 신규 자금 지원 등의 워크아웃 과정이 이뤄진다.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대우조선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까지 연쇄 타격을 입게 된다. 대우조선에 발주한 선주사들이 대규모 발주 취소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주도 어려워진다. 대우조선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한 시중은행은 발주 취소에 따라 대우조선이 받은 선수금을 발주처에 물어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게다가 P-플랜에 들어가면, 법원이 채무 조정을 강제하기 때문에 그 강도가 채무 조정 합의 때보다 더 심화된다.

출자전환이란?

기업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기업 재무구조 개선 방법이다. 출자전환을 통해 은행은 부실 채권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기업은 부채 축소로 경영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업은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은행은 수익이 불안정해지는 위험 부담이 있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촉각

한국, 2년 연속 ‘심층 분석 대상국’ 지정
환율 조정에 타격 … 수출 기업 부담

유 부총리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무시 못 해”

미국 재무부는 1988년부터 세계 각국의 환율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1년에 두 번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각국의 대미 교역으로 인한 수입과 지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기업의 지불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등을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환율 조작이 의심되는 국가를 지정한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환율조작국으로 의심되는 국가에 구두로 경고하는 등 간접 제재만 취했지만 2016년부터 ‘베넷-해치-하퍼 수정법안(BHC 법안)’이 발효되면서 통상과 투자에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 BHC 법안은 환율조작국으로 의심되는 국가들을 선정하는 기준을 확대하고 이에 따라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얻는 나라(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는 나라(GDP 3% 초과) ▲외환 시장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개입하는 나라(GDP 대비 2% 이상 외환 순매수) 등을 고려해 심층 분석 대상국을 지정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얻고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심층 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정부는 한국이 외환 시장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개입하지 않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아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에만 해당되지만 직전에 관찰 대상국이었다는 이유로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미국이 심층 분석 대상국의 외환 정책을 세심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혀 심층 분석 대상국으로 지정되면 환율 미세 조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미세 조정이 어려워지면 환율의 변동성이 커져 수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진다. 한발 더 나아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BHC 법안에 따라 무역협정 연계 등의 간접제재가 이뤄진다.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검토하는 중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제재는 불이익을 줄 수 있다.

미국 재무부는 4월 중에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발언을 내놓으며 한국 경제 4월 위기설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 부총리는 미국에 새 정부가 출범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