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도·시도·모도 … 자전거 타고 섬에서 만난 봄

인천시 옹진군 북도면은 장봉도, 신도, 시도, 모도 총 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섬 주민들의 착한 성품과 신의에서 그 이름을 딴 신도, 마니산에서 활을 쏠 때 목표지점으로 여겨 ‘살섬’으로도 불렸던 시도, 한 어부가 고기를 낚기 위해 그물을 쳐두었는데 그물에 고기와 함께 띠(풀)가 섞여 있었다고 해 ‘띠엄’이라 불리다가 ‘띠 모’자를 쓰면서 그 이름을 바꾼 모도까지. 세 섬은 각자만의 소소한 유래를 간직하고 있다. 장봉도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섬은 모두 다리로 이어져 있고 담백한 유래의 지명과는 달리 따뜻한 봄이 오면 화사한 볼거리로 물든다.
 

① 10분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 삼목선착장

  인천시 영종도에 위치한 삼목선착장에 가기 위한 여정은 서울역에서 시작된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운서역. 그곳에서 매시 40분마다 출발하는 운행버스를 타고 삼목선착장에 도착했다.
  섬으로 들어가려면 이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한다. 배 운임료는 성인 기준 편도 2000원이고 신원조회와 거동수상자 발견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검사한다. 배는 수시로 출발하며 승선 후 출발까지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10분 동안 갈매기에게 과자를 주다보면 어느새 뱃고동소리가 들려온다.
  신도 선착장까지 10분 거리인데 이곳에 도착해 5분 정도 길을 따라 더 걸으면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자전거 대여료는 하루 1만 원이다.

② 향긋함의 여유로 즐기는 신도 벚꽃길

  자전거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면 신도의 자랑 ‘신도 벚꽃길’에 도착한다. 왼편으로 서해가 오른편으로 산과 벚나무들이 펼쳐진 이 신도 벚꽃길에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은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눈을 감고 향긋한 꽃바람을 마시는 ‘여유’다. 다만 내리막길이 있어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자전거를 타면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③ 해변이 좌우로 펼쳐진 연도교

  잠시 휴식을 갖고 다시 신도 벚꽃길을 지나 20분 정도 달리면 시모도 연도교가 나온다. 연도교는 길이 431m, 폭 7.5m, 높이 10.5m의 북도면의 시도와 모도를 잇는 다리이다. 이 다리 밑으로는 갯벌이 펼쳐져 있고 시모도 연도교를 지나다 보면 바위 위에 달리는 모양의 조각상과 웅크려 앉아 있는 조각상을 볼 수 있다.
  연도교를 지나 시도에서 모도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화살탑은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살섬)에 자리 잡고 있다. 살섬의 옛 지명은 고서에 ‘거도’ 또는 ‘거을도’ 등으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화살과 관계된 ‘시도’로 불리게 됐다. 이곳 북도면의 유인도를 비롯한 많은 섬들은 고구려 시대부터 강화도에 속해 있었는데 강화도 마니산 부근에는 궁도장이 있어 활을 쏘는 군사 훈련 장소로 활용됐다. 이때 마니산에서 고려시대 말 최영과 이성계가 살섬을 향해 활을 쏘았고 화살이 발견된 곳에 화살탑을 세웠다는 유래가 전해온다.

④ 80여점의 작품, 배미꾸미 조각 공원

  연도교를 지나 자전거를 타고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도착하는 모도 배미꾸미 공원은 세 섬 중 가장 끝인 모도의 배미꾸미 해변에 위치해 있다. 공원이 위치한 해변이 배의 밑구멍을 닮아 ‘배미꾸미’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한국 감성 조각가 이일호가 이 공원을 개인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앞마당 잔디밭에 작품을 하나둘 전시하면서 점점 늘어나면서 조각 공원이 됐다. 공원 잔디밭에 불규칙하게 늘어져있는 작품들은 여행자들에게 휴식과 자유의 느낌을 더해준다. 손바닥만 한 조각부터 5m가 넘는 대형 작품까지 다양한 크기의 작품 80여 점이 전시돼 있고, 화려하고 몽환적이며 성애를 주제로 한 초현실주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또한 공원 근처에 있는 조각가 이일호의 첫 번째 작업실을 카페로, 두 번째 작업실을 펜션으로 개조해 배미꾸미 공원을 다채롭게 즐기도록 만들었다.
  배미꾸미 공원이 모도의 명소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의 촬영지이기 때문이다. 두 손이 포개어진 큰 조각상 앞에는 영화 속 주인공 새희(성현아)와 지우(하정우)가 함께 사진을 남기는 장면을 간직하고 있다.
  잔디밭에 펼쳐진 조각품, 그 앞으로 보이는 해변 그리고 그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를 조각과 함께 카메라에 담아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⑤ 고요한 화려함, 수기해변

  모도에서 나와 시도로 다시 오면 수기해변이 있다. 수기해변으로 가는 길 마지막 부분에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왼편으로 가면 수기해변, 오른편으로 가면 ‘슬픈연가’ 촬영지가 나온다. ‘슬픈연가’는 2005년 권상우와 김희선이 주연한 드라마다. ‘슬픈연가’ 촬영지 옆에는 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는 샛길이 있다. 이 샛길을 따라 수기해수욕장으로 가면 해변이 보인다.
  해변에는 2004년 비와 송혜교가 주연한 드라마 ‘풀하우스’의 촬영지가 있다. ‘풀하우스’의 집터가 사라진 자리에는 원두막이 자리하고 있다. 해변 뒤편으로는 카페와 편의점이 있다. 펜션 이용자는 해변 옆에 위치한 야영장에서 비를 피하거나 텐트를 설치할 수 있고 무료로 카약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낚시용품을 준비해 가면 해변에서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서해에 위치한 특성상 조수 간만의 차에 의해 갯벌과 바다를 볼 수 있으며 해변에서 전망대로 갈 수 있는 산길이 있다. 이 산길을 통해 산행을 하거나 전망대로 갈 수 있다. 수기해변에서는 전체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바다를 즐길 수 있다.

⑥ 신도의 또 다른 묘미, 구봉산 산행

  시도에서 신도로 돌아와 신도2리 마을로 들어가면 구봉산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구봉산은 9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으며 최고봉이 약 180m이다. 여러 개의 등산로가 있는데 모두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길이 완만하고 이정표가 많아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또한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산악자전거 코스도 마련돼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다. 특히 봄에는 벚꽃, 진달래, 개나리 등이 활짝 핀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은 산림욕장을 떠올리게 한다. 산 중턱으로 올라가면 상지 약수터가 나온다. 근처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도 있다. 더 올라가 정상인 구봉정에 이르면 서해와 영종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답고 밤에 구봉정에서 보는 인천국제공항과 영종도의 야경 역시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