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폐지를 모아 장학금으로 기부한 할머니·할아버지의 미담을 접하면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하지만 막상 기부를 실천으로 옮기려고 하면 망설이게 된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 재능기부를 해볼까 고민하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 그런데 SNS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기부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이제는 게임을 하고 머리를 길게 길러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다양한 기부 플랫폼과 기부 방법을 소개한다.

학우 1059명 설문조사

학우 700명 이상, “재능·SNS 기부 참여할 것”

대학교 입학 후 기부 경험이 있습니까?

기부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기부 참여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도 (단위 : %)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가천대 글로벌캠퍼스 학우 1,059명을 대상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도를 설문조사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학우들 중 44%(467명)는 기부에 참여한 적이 있고 56%(592명)는 참여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에 참여한 학우들은 재정 후원, 신체 기증, SNS나 어플리케이션(앱), 웹사이트와 캠페인 참여를 통해 기부를 했다. 반면 기부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과 ‘재정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각각 40.3%(239명), 35.6%(211명)였다.‘기부하는 이유를 못 찾아서’와 ‘재능이 없어서’라는 답은 각각 9.6%(57명), 6.8%(40명)였다.

  학우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기부는 재능기부로 74.7%(792명)가 참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다음으로 SNS를 통한 기부가 70.2%(744명), 신체 기증을 통한 기부가 68.7%(728명), 웹사이트를 통한 기부가 64.7%(686명), 앱을 통한 기부가 64.5%(684명)를 차지했다.

모자 뜨고 게임만 해도 기부금 쌓인다고?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모자 뜨기 캠페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모자뜨기 캠페인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살고 있는 생후 28일 미만의 신생아들을 위해 체온 조절과 보온에 필요한 모자를 직접 떠서 보내주는 참여형 캠페인이다. 전달된 털모자는 저체중이나 영양이 부족한 신생아, 조산아들이 체온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2007년에 시작되어 이번해 10주년을 맞이해 지금까지 전달된 털모자의 수는 152만 개 이상이 됐다. 10월에 다시 모자뜨기 캠페인 시즌11이 시작될 예정이다.

게임 속에서 기른 나무로 기부하는 앱 ‘트리플래닛(Tree planet)’

  ‘트리플래닛(Tree planet)’은 게임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나무를 심어주는 앱이다. 다양한 숲 프로젝트를 통해 12개국에서 110만 명과 함께 116개 숲에 55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서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비즈니스 옵저버와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 IF 디자인어워드 골드상 등을 수상했다. 미세먼지 방지숲, 연평해전 영웅을 기리는 연평해전 영웅의 숲, 산불피해지역을 위한 숲 등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숲이 조성되고 있다.

학우 인터뷰

“추억과 실력 동시에 쌓는 벽화 재능 기부”

벽화재능기부동아리 ‘아띠’ 회장
조예슬(회화·조소2)  학우

‘아띠’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아띠’는 순우리말로 ‘친구’라는 뜻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봉사에 다가가 자신의 의지로 봉사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벽화재능기부동아리 ‘아띠’는 미술대학 학우로만 이뤄져 있어 전공분야를 살린 재능기부활동이 가능하다. 성남시종합장애인복지관, 나주세계디자인박람회, 이매중학교 등의 기관에 벽화를 그린다. 장소의 분위기에 맞게 도안을 그리고 견적을 낸다. 발로 뛰며 홍보해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기존의 기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활동을 한다.

벽화재능기부활동을 하며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칙칙하고 외진 분위기의 공간이 밝아질 때 가장 큰 보람을 얻는다. 또한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청춘으로서 추억도 쌓고 전공지식까지 살릴 수 있는 만족과 재미를 느낀다.

  힘든 점은 날씨 관련 제약이 크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일정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 또 무더운 여름에는 열사병의 위험이 있어 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작업 시간이 늘어난다. 평소에 사용하던 캔버스보다 면적이 더 큰 벽에 작업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고 페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버릴 수 있는 옷과 신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매중학교의 3~5층에 이어지는 계단에 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캐릭터 포토존을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3~4일이 걸리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미술에 관심 있는 중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들과 가까워졌다. 뿐만 아니라 그 벽화를 일상에서 보는 학생들이 원하는 캐릭터를 그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다.

  지난달 성남장애인복지관의 벽에 그림을 그렸다. 지금껏 작업했던 벽 중 가장 높았기 때문에 15명이 동원됐다. 벽이 높아 사다리 위에 올라가 빗자루 장대에 붓을 묶어 칠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모두 긍정적인 마인드와 밝은 분위기로 열심히 작업해 뿌듯한 벽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계획했던 ‘숲속의 곰들이 상상한다’는 스토리라인도 잘 나타났다. 작업 내내 배려를 많이 해주신 복지관 사람들이 결과물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학우들에게 한마디
  재능기부가 당장은 어려운 말로 다가오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생각이 있으면 기부는 결코 어렵지 않다. ‘아띠’가 미술이라는 전공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것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분야와 전공을 살려 사회에 봉사로서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으면 한다.

“작은 것부터 기부하고자 머리 길러”

머리카락 기부 예정자
김규성(회화·조소1) 학우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처음엔 장기를 기부하려 했다. 그러나 막상 장기기증 신청서에 서명을 하려니 두려웠다. 그래서 단계별로 작은 것부터 기부하면서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긴 머리의 불편한 점은
  처음 머리를 기르면서 장발의 여성들을 존경하게 됐다. 긴 머리로 살아간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감을 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샴푸를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또 겨울이 되면 말리지 않은 머리카락이 얼어 얼굴을 아프게 때린다. 그 밖에도 손상모의 관리를 해야 하고 기부해야 할 머리에 화학제품을 쓸 수 없는 등의 불편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 순간 다른 이에게도 공감을 주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기르는 중에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PC방에 있었는데 한 여성이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며 ‘언니언니’ 하고 불렀다. 의아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그 여성이 사색이 돼 도망갔다. 또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 머리까지 장발이라 사람들이 산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내려온 사람으로 볼 때도 있다.

학우들에게 한마디
  기부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타인을 생각해보고 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부를 했으면 좋겠다. 스스로와 약속한다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요즘은 앱이나 오프라인에서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가까이 있으니 참여를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