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현대를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곳. 서울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 산모퉁이, 윤동주 문학관과 세검정 삼거리에 있는 쉼박물관, 홍지문 및 세검정에서 고즈넉한 봄의 여유를 만끽하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이 계절의 대표적 볼거리를 찾아가 보았다.

서대문구와 종로구의 경계 홍지문

  홍지문은 서울 서대문구와 종로구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상명대 앞에서 내리면 홍지문으로 향하는 진입로로 들어갈 수 있다. 홍지문은 탕춘대성의 성문으로 조선 숙종 41년에 서울도성과 북한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 성문은 조선의 옛 수도인 한양의 북쪽에 위치하고 북을 방위한다고 해 한북문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숙종이 친필로 ‘홍지문’이라는 편액을 하사함으로써 홍지문이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다. 현재의 홍지문은 1977년에 복원된 것이며 홍지문의 현판은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쓴 것이다. 또한 홍지문은 1999년에 성문의 단청과 문비를 비롯해 문루 좌우 협문을 보수했다. 홍지문을 방문하면 옆에 오간대수문 또한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홍지문이 1977년에 처음 복원될 때 같이 재건축되어 현재는 5간의 형식을 띠는 홍예교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탕춘대성의 성벽 일부와 홍지문, 홍예교만이 남아있다.

  이러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적들을 복원까지 했지만 주변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 많은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시내 주변으로 주택과 상가들이 있기 때문인지 계곡의 가장자리로 생활쓰레기들이 눈에 띄는 게 이유이다. 주변의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했다면 홍지문과 그 주변이 더욱 관광지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삶과 죽음을 일상에서 만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주택가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쉼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쉼 박물관에서는 목공예품인 상여, 요여, 상여장식 1,000여 점, 가구류 20여 점과 촛대 25여 점, 도자기와 석조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 생소한 단어인 ‘요여’란 시체를 묻은 뒤에 혼백과 신주를 모시고 돌아오는 작은 가마로 상여와는 다르게 육신이 아닌 혼백을 담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각 전시품들은 바람, 빛, 불, 삶, 죽음, 자연과 인생 등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일상에 녹아들어서 볼 수 있도록 설립되어 있다. 쉼 박물관은 다른 박물관과는 다르게 박기옥 관장의 집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시신을 운반하는 상여, 영혼을 운반하는 요여, 오래된 이야기들을 엮은 테마관, 상례문화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상설전시실이고 2층에는 용, 봉황, 도깨비 등의 동물 형상들을 전시하는 날것 전시실이 있다. 지하특별실은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이다. 박물관 2층에는 박 관장이 거주하고 있는데, 박 관장이 자리에 있으면 함께 차도 마시고, 직접 작품들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4~11월에는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일요일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대인 1만 원, 소인 5,000원이다.

칼을 씻던 정자?… 예사롭지 않은 세검정

  홍지문에서의 여유롭고 한가한 산책을 마치고 세검정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세검정 터를 볼 수 있다. 겸재의 부채 그림처럼 3칸 팔각지붕으로 되어 있는 세검정 앞에 도착하자마자 아래로 흐르는 건천을 따라 주변의 바위들의 아름답게 어울린 경관을 볼 수 있다. 또한 여름에 푸르른 나뭇잎,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을 볼 수 있는 묘미까지 더해진다. 세검정(洗劍亭)이라는 명칭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인조반정 때 이귀·김유 등의 반정인사들이 이곳에 모여 광해군의 폐위를 의논하고 칼을 갈아 씻었던 자리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래서인지 세검정에 들어서면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와 정자가 어우러져 만드는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신비하게 느껴진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도심에서 복잡한 현실을 피해 여유로움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세검정터에 와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날의 쉼터, 카페 산모퉁이

  마음이 답답할 때 한 바퀴 휙 돌아보자! 산모퉁이는 서울시 종로구 백성동길 153에 위치해있다. 산모퉁이로 향하는 산길을 걷다 보면 좁은 길 때문에 헷갈리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은 더 크다. 부암동 카페거리의 대표적 명소인 산모퉁이에는 작은 정원과 산자락의 지형을 활용한 좌석이 펼쳐져 있다. 건물 앞에 전시된 노란색 자동차가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이곳은 지하에서부터 지상 2층까지 세 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로 내려가게 되면  갤러리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독특한 소품들과 함께 소품을 활용해 사진을 찍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카페의 1층과 2층으로 올라가면 바깥 경치가 훤히 보이는 곳으로 도심에서 벗어나 탁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카페는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오후 10시 운영되고 있다.

조선 사임당 작품 만나는 2017년 서울미술관

  윤동주 문학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이동하면 서울미술관이 있다. 서울미술관은 지하 2층과 로비층, 지상 3층까지 총 6층으로 구성돼 있다. 지하 1층과 2층은 주차장이 있지만 주차장이 크지 않아서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서울미술관의 하절기 매표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6시이고,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이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이고 관람 요금은 일반 9,000원이지만 대학생은 학생증을 가지고 가면 7,000원이다.

  지금 열리는 전시회는 카페 소사이어티(3월 28일~9월 10일), 오치균은 묻지 않고 다만 그린다(3월 18일~6월 18일), 사임당 그녀의 화원(1월 24일~6월 11일)이 있다. ‘카페 소사이어티’는 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진짜 청춘의 이야기이다. 이 전시에서는 SNS의 해시태그를 이용한 독특한 미술 세계를 볼 수 있다. ‘오치균은 묻지 않고 다만 그린다’는 ‘산타페’, ‘서울’, ‘봄 풍경’, ‘겨울 풍경’ 시리즈 등 그가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 화면 위 물감의 퇴적과 손으로 그려나간 작품들을 통해 오치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사임당 그녀의 화원’에는 사임당의 작품과 그녀의 작품을 평하는 후세의 여러 글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현모양처의 상징만이 아닌 당대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화가로서의 신사임당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술관의 옥상인 3층에는 석파정이라는 흥선대원군의 별서가 있다.

윤동주의 시와 삶을 기억하고 있는 윤동주문학관

  부암동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윤동주문학관 건물이다. 종로와 윤동주시인의 인연은 그가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시절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김병욱과 함께 하숙생활을 한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 그의 흔적을 기리기 위해 인왕산 자락에 버려져 있던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 건물을 개조해 그의 기념관을 만들었다.

  총 3개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는 문학관은 윤동주의 시 세계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제2전시실은 <자화상>에서 윤동주가 스스로를 돌아보던 외딴 우물에서 이름을 따와 ‘열린 우물’이라 붙여졌고, 천장이 없이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학관에는 윤동주의 삶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친필 시 몇 점과 그 설명이 전시되어 있다. ‘닫힌 우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상관에서는 그의 저명한 시 몇 편과 생의 흔적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 영상이 마치 옆에서 이야기해주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문학관 옆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을 둘러볼 수 있고, 바람 부는 언덕에서의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는 카페도 있어 차분히 봄바람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문학관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고 관람료는 무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