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내려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이가 있다. 바로 한 살 반이 되어가는 고양이 ‘엘리’다. 이 조그맣고 하얀 고양이는 평소에는 사람을 개밥의 도토리 보지만 어느 순간 옆에서 같이 자고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인형을 물고 와서 놀아달라고 온 집이 떠나가도록 야옹대기도 한다. 길을 지나다가도 고양이 옷을 팔면 괜히 서성이게 되고 고양이가 아프면 하루 종일 걱정이 된다. 이런 고양이를 그저 사람이 아니란 이유로 ‘가족’의 구성원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엘리뿐만 아니라 병아리부터 강아지, 토끼, 햄스터, 금붕어를 키웠을 때에도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적이 없다. 강아지가 울면 새벽에라도 분유를 타고, 손 위에서 차게 식어가는 병아리를 보며 울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일으키는 ‘아이들’의 마지막은 ‘폐기물 처리법’에 따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일반쓰레기 신세가 된다.

  누군가는 동물에 대한 이런 애정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가구가 1,000만 이상으로 추정되고 등록된 반려동물만 100만 마리를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법과 정책이 더 많은 대상을 포괄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더욱 반영해야 한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 규정한다. 동물의 경우 유체물이라는 기준에 해당되고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없어 동물을 물건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이 동물권단체 ‘케어’에 의해 지난달 24일 신청됐다. 또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 최근 3년간 동물학대 신고가 전국적으로 1,000여 건 접수됐지만 법률에 의한 처벌은 벌금형 68건, 징역형은 단 2건에 불과하다. 이를 볼 때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의 기준이 잘 세워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동물을 위한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음식점이나 동반 입실이 가능한 숙박시설은 그 수가 매우 적고 시각장애인 안내견조차 일부 공공시설이나 대중교통에서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장묘시설은 님비(NIMBY) 현상으로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비단 공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의식 속에서 동물도 우리와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동물을 진정한 반려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