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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못 믿겠다” 일상 스며든 케미포비아
손유현·조은영 기자  |  gc599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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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8  18: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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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미포비아’는 chemical(화학)과 phobia(혐오)가 합쳐져 생긴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유해 생리대 논란이 일면서 사람들은 생활화학제품을 꺼리게 되었고 이를 케미포비아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현대인과 화학제품을 떼어놓을 수는 없다. 케미포비아가 확산된 과정과 그 이유를 알고 나면 그 대안과 해결 방향까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케미포비아가 확산된 이유

  우선 가장 큰 논란을 불러왔으며, 100명이 넘는 임산부와 영·유아 사망을 초래한 가습기 살균제가 있다. 폐가 섬유화되고, 초기 증상은 폐렴과 비슷하지만 항생제나 항 바이러스제가 들지 않는 신종 폐질환으로 처음 보고되었다. 그러나 2011년 8월 역학조사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가 폐질환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7.3배 높았다는 결론이 났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 등은 원래 정화조 청소약품으로 사용되어 왔다. 약품의 용도가 바뀌었지만 국가도 기업도 인체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영국계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직원은 “인체 유해성을 인지했지만 안전성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유럽과 한국에서 계란에 피프로닐 외 각종 농약 및 살충제들이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생산, 유통된 사건이다. 피프로닐이 몸속에 들어가면 구토, 복통, 현기증 등을 유발하며 몸속에 쌓이면 간·신장 등 유해물질을 걸러주는 체내기관을 손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시중에 파는 요가매트에서는 유해물질인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발견됐다. 이는 정자 수 감소를 비롯해 성조숙증·불임·조산 등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환경호르몬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제품 사용이 금지되었으나 사용된 것이다.

  휴대폰 케이스에서 다량의 유해물질과 카드뮴이 발견되기도 했다. 카드뮴은 독성 금속물질로 인체에 유입되면 이타이이타이병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유해 생리대 논란은 생리대에서 벤젠이나 톨루엔, 스티렌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발생했다. 여성환경연대는 강원대 김만구 교수의 연구팀에 10종의 생리대의 유해물질 관련 연구를 의뢰했고 이 과정에서 릴리안의 이름이 공개되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벤젠과 톨루엔은 유엔에서 인정한 발암성 유독물질이다. 그러나 실험을 의뢰한 여성환경연대의 운영위원 중 한 명이 유한킴벌리의 임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한킴벌리가 릴리안을 견제하기 위해 연구를 의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문제의 해당 연구에서 유한킴벌리 생리대에서 제일 많은 발암물질이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케미포비아의 대안

  앞서 말한 제품군 외에도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보상을 받으려면 원인을 규명하는 긴 시간을 거쳐야 하고 그동안 일어난 피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생활화학제품을 생활에서 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학생리대 대신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생리컵이나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안전한 생리대’를 찾아서

  한 여성이 평생 쓰는 생리대의 양은 1만여 개가 넘는다. 한 번 생리할 때 24시간, 평균 3~4일을 맨살과 생리대를 맞대고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생리대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지는지 알 수 없다. 의약외품이지만 ‘천·붕대류’에 속하는 생리대는 식약처의 ‘성분 표시제도’의 의무 품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케미포비아들에게 대안책으로 가장 각광받은 건 ‘면 생리대’다. 피부 질환이나 생리통, 냄새 등이 완화되며, 한 번 구매하면 5년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밖에 해외에서 ‘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이나 ‘생리컵’을 사용하는 여성들도 있다.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졌으며, 신체 내에 삽입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피부에 닿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 정서상 잘 사용되지 않았지만 유해 생리대 논란 이후 구매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생리컵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인터넷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노케미족’의 증가

  ‘케미포비아’ 현상이 퍼지면서 이에 맞서 화학제품 사용을 극도로 꺼리는 ‘노케미족’이 나타났다. ‘노케미족’이란 No Chemical의 줄인 말로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신조어로, 대부분의 노케미족은 천연 재료를 이용해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쓴다. 실제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천연 재료들의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케미족의 소비 패턴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이 어떻게 화학 물질과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는지 엿볼 수 있다.

 

 화학용품을 대체할 천연재료들

  화학 생활용품을 대체할 재료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베이킹소다다. 베이킹소다는 엄밀히 따지면 화학물질이지만 인체에 독성이 없어 식품 첨가물, 의약품에도 사용된다. 일반 가정에서는 청소나 세탁 용도로 쓰는 것이 좋다. 또 베이킹소다로 과일을 씻으면 껍질에 묻은 잔류 농약을 40% 가까이 제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구연산은 오렌지·레몬·라임 등의 신 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천연 성분이다. 구연산 가루를 물에 타 구연산수를 만든 뒤 분무기에 넣어두면 청소할 때 사용하기가 용이하다. 특히 세균이 많이 번식하는 곳에 뿌려준 뒤 닦으면 살균 효과가 있다. 단, 산성을 띈 구연산과 염기성을 띈 베이킹소다를 섞어 사용하면 중화되어 효과가 사라지므로 둘을 함께 쓰려면 베이킹소다로 먼저 세척한 뒤 구연산을 이용해 살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효과적인 표백제로 불리는 과탄산소다가 있다. 이것은 탄산소다와 과산화수소를 합한 것으로, 시중에 파는 표백제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물과 반응하면 산소와 물로 분해돼 잔유물이 남지 않는 특성 때문에 자극이 없어야 하는 아기옷 세탁에 사용하는 주부들이 많다. 그러나 식품에 쓰이는 베이킹소다·구연산과 달리 식용이 아니므로 음식이나 식기에는 쓰면 안 된다. 염기성이 강한 특성 탓에 과탄산소다 노출이 아토피 피부염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케미포비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향은 어디일까

  먹거리와 생활용품에서 잇따라 터져 나온 유해성분 물질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연이어 발생하는 화학제품 사태는 이를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정부에서는 2013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을 통해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법’에서 관리되고 있던 8가지 품목을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게 됐고, 여기에 7가지 품목을 추가해서 총 15가지 품목의 제품을 ‘위해우려제품’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민들이 화학제품의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제품에 정보를 기재해야 하며 유해화학물질, 발암물질 등을 일정 농도 이상 함유한 제품에 대해서는 ‘독성 있음’ 표시를 통해 국민들이 제품의 유해성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노케미족처럼 완전히 화학제품을 끊고 살 수 없으며 화학물질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쓰는 제품이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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