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강력하다. 여성에 대한 증오, 경멸, 편견 등을 의미하는 ‘misogyny’라는 단어가 여성혐오로 번역되며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던 폭력이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남성혐오가 2015년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촉발되었다면 여성혐오의 역사는 유구하다. 농경사회의 가부장제 하에서 여성은 남성의 부속품이나 다름없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서프러제트 운동을 통해 여성의 참정권을 쟁취했다. 그러나 2017년의 대한민국에는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성은 부정적인 단어로 대상화돼 왔다. 씀씀이가 헤프고 명품을 탐닉하는 여성을 말한다는 ‘된장녀’, 한국 여자 자체를 비하하는 ‘김치녀’, 운전을 못하는 여성을 싸잡아 말하는 ‘김여사’(실제 교통사고 가해자는 80%가 남성이다) 혹은 ‘맘충’ 등의 단어가 그렇다. 어떤 특성을 지니는 여성을 이렇게 부르자며 인터넷에서 이러한 단어가 생산되고 ‘일부’ 남성들에 의해 실체를 가지게 되었지만 대다수의 남성은 이를 유머로 소비해 왔다.
 메르스 갤러리에서 마찬가지로 ‘일부’의 여성들은 미러링을 시작했다. 미러링은 어떠한 현상을 거울을 비추듯이 보여주는 것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여성혐오적 발언의 대상자를 남성으로 치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남충’으로 대표되는 미러링을 접한 대다수의 남성들은 놀랍게도 이 발언들이 남성혐오적이라며 메르스 갤러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여성의 대상화에 침묵하고 외려 유머로 소비해 오던 사람들이 말이다. 
  물론 변화는 항상 올바른 방식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혐오를 혐오로 돌려주는 미러링도 아주 옳은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페미니즘에는 수많은 분파가 있고 미러링을 사용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은 그중의 하나일 뿐이다. 페미니스트가 완전무결한 사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페미니스트는 그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지길 바라 다양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 사회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성차별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어 남녀 모두의 권리가 동등하게 지켜질 때까지 나는 기꺼이 예민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