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은 여성만을 위한 것일까. 현재 뷰티 유튜버로 유명한 제프리 스타는 남성이다. 뿐만 아니라 배우, 가수가 아닌 남성도 화장한 모습을 길거리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여성은 화장의 의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메이크업 운동을 진행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는 화장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자.

설문조사
  가천대신문이 지난 9~12일 4일간 대학생 18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 ‘매력적이다’가 24%, ‘보기는 좋지만 내 주변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가 19%, ‘부럽고 닮고 싶다’가 6%,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감이 든다’가 5%, 기타가 44%를 차지했다. 화장하는 남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이 컸다. 하지만 ‘보기는 좋지만 내 주변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가 19%를 차지한 것을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친밀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들도 뷰티제품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 ‘그렇다가’ 96%, ‘아니다’가 3%를 차지했다. 이로 미루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젠 남성도 뷰티제품을 통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성들은 뷰티제품뿐만 아니라 눈썹 정리 및 문신, 왁싱 등을 통해 자신을 관리할 수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트렌드연구소가 남성 카드 결제정보를 확인한 결과 최근 2년간 뷰티시장을 찾는 남성고객이 643%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여성에 관한 질문도 실시했다. ‘여성이 아침마다 화장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 ‘그렇다’가 5%, ‘아니다’가 94%를 차지했다. 화장한 여성은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화장이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봤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가 83%,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다’가 8%, ‘화장을 하지 않은 게 더 좋다’가 3%, ‘보기 불편하다’가 0%, 기타가 8%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여성의 화장 여부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여성을 대상으로 ‘자신이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질문했을 때 ‘부끄럽고 시선이 신경 쓰인다’가 49%, ‘아무렇지 않다’가 34%, 기타가 17%라고 대답했다. 화장을 하지 않은 여성들이 마스크나 모자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처럼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했을 때 여성들은 시선이 신경 쓰이고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34%의 여자가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한 것을 보아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 아무렇지 않은 여성들도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대학생들은 남성과 여성이 화장을 했든 안 했든 타인이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대학생 여성은 자신이 화장하지 않았을 때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고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아직은 대학생 여성들이 화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화장품 산업의 변화
  화장 혹은 메이크업은 화장품 등으로 몸(주로 얼굴)을 꾸미는 일을 말한다. 보통 화장은 여성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과거 남성의 화장은 기능·주술·계급적 성격을 지닌 행위였으며 그마저도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금기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2800억 원에 달했다. 1인당 연평균 화장품 구매액도 약 4만5000원으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업계는 2020년에는 1조4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2019년 60억 달러를 초과할 전망이라고 한다.
  꾸밀 줄 아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일반인 남성들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도록 외모 관리에 힘쓰고 있다.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왁싱숍에서 눈썹을 정리하고 피부과에 들러 관리를 받는다. 남성들에게도 외모가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면서 피부, 패션부터 몸매 관리까지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려는 소비 성향이 대두되는 것이다.
  이렇게 남성 소비자들이 뷰티 산업의 주요 소비주체로 떠오름에 따라 관련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성화장품 시장이 커지면서 뷰티 업계는 맨즈뷰티라는 새로운 시장에 발을 들였다. 남성 전용 브랜드를 론칭하고 옴므라인을 강화하는 등 남성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스킨·로션 등 기초제품과 비비크림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아이브로우·틴트 등 색조 제품, 남성전용 헤어케어 등으로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남성 뷰티크리에이터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피부 관리법이나 메이크업 튜토리얼 영상 등을 업로드한다.
  남성이 스스로의 패션과 외모에 관심을 갖는 것이 더 이상 흠이 아닌 사회. 가부장제 하에서 싹튼 남자다움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제프리 스타의 화장

여성의 노메이크업 운동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20대 여성들은 아침마다 화장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들은 화장을 하지 않으면 부끄럽고 수치심을 느낄까.
  이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꾸밈노동에 대한 논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노조는 지난해 ‘여성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도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동일 민낯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서울 명동거리에서 시위를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평소뿐만 아니라 근무 환경에서도 여성들의 화장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에 여성들은 ‘노메이크업’ 운동을 시작했다. 3년 전부터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등의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맨얼굴 사진을 공개하고 공식 석상에 화장을 하지 않는 등의 노력으로 사회적 편견과 시선에 맞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일상생활에서 화장을 안 하고 다니기는 어렵다. 이에 화장품을 줄이는 ‘노 파운데이션 운동’도 주목받고 있다.

카일리 제너의 민낯

오늘의 한국은
  이 같은 최근 트렌드를 종합하면 남성과 여성은 ‘뷰티’라는 단어로부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남성은 여성의 전유물이라 생각되었던 화장에 발을 내딛게 되었고, 여성은 화장의 의무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와 같이 아직 화장한 남성이 내 주변인은 아니었으면 하는 시선과 여성 스스로 노메이크업 상태를 부끄럽게 여기고 있지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꾸밈은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고, 강요받아서도 안 된다. 현재 한국은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해 꾸미는 문화가 정착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다양한 신조어
메트로 섹슈얼(metro sexual)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치장에 흥미를 가지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성애자 남성. 주로 20~40대 전문직 남성들에게 이러한 경향이 많이 나타난다.

그루밍(grooming)족
  그루밍은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주는 데서 유래한 단어로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의미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며 상대적으로 남성의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하자 외모를 가꿔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추세다 .

멘즈뷰티(men’s beauty)
  화장을 하거나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급증하며 최근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말.

콘트라 섹슈얼(contra sexual)
  결혼이나 육아에 치중하는 전통적인 여성상보다는 사회적 성공과 고소득에 중점을 두는 젊은 여성들을 일컫는다. 메트로 섹슈얼이 남성의 여성화를 가리킨다면, 콘트라 섹슈얼은 여성의 남성화를 의미한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사회 풍조다.

노파운데이션(no founda tion) 운동
  이 운동은 완전히 화장을 하지 않는 노메이크업이 부담스러운 여성들이 파생한 운동이다. 피부를 두껍게 덮는 파운데이션 과정을 생략하여 자연스러운 피부를 연출하는 것이다. 파운데이션뿐만 아니라 아이라이너나 색조화장을 줄이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