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본 SF영화에서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동하는 데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광경을 보며 먼 미래라고 느꼈지만 빠른 기술 개발이 ‘1일 생활권 지구’로 만들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는 ‘하이퍼루프’와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플라잉 카’까지 가까운 미래에 만날 새로운 교통수단들을 만나보자.

 

  하이퍼루프는 자기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바닥으로 공기를 분사해 마찰력을 줄이는 차세대 이동수단이다. 열차처럼 생겼지만 실제 작동 방식은 기존 열차와 많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진공 튜브에서 차량을 이동시키는 형태의 운송수단으로 ‘이동’보다는 ‘쏘아 보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구상이 세상에 공개된 2013년 당시 사람들은 허황된 꿈으로 여겼지만 그로부터 5년 후 미래의 이 수송 시스템은 네바다주 사막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280㎞를 달릴 수 있으며 이는 서울~부산 간을 15분에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열차는 물론 항공기보다도 빠르다.

  하이퍼루프는 0.1%라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직경 3m 정도의 튜브 안으로 20~30명의 승객을 태운  캡슐 형태의 열차가 음속(시속 1220㎞)과 비슷한 속도로 달린다. 전공 튜브 안의 레일에는 도체판이나 코일을 깔아 자기장을 발생시켜 캡슐형 열차가 1~2㎝ 높이로 부상해 달린다.

 

  하이퍼루프는 선로 위에 떠서 움직여 소음과 진동이 매우 적다. 운행 간격이 철도보다 훨씬 촘촘히 배치가 가능하며 건설비용이나 운송요금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도 뛰어나다. 또한 선로 지붕에 태양열 집광판을 설치해 동력을 얻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만 튜브마다 진공상태를 통제해 사고가 발생해도 튜브가 구간마다 분리돼 빠르게 공기를 주입하고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다. 이는 비행기보다 10배 안전하며 고장률은 1/10에 불과하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전혀 현실성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로 등장했지만 오늘날 하이퍼루프는 세계적으로 본격 추진에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HTT는 하이퍼루프를 현실화하기 위해 경쟁하는 벤처기업 중 하나다. 이번에 세계 최초의 풀스케일 하이퍼루프 시스템 구축의 추진을 위해 한국 정부와 대학들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애리보와 하이퍼루프 원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하이퍼루프 원은 네바다에서 본격적인 테스트 트랙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시속 1200㎞를 목표로 하는 ‘하이퍼튜브 익스프레스(HTX)’를 개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속 약 600㎞인 비행기보다 1.5배가 빠른 HTX는 현재 한국 정부의 기술혁신 및 인프라 부서와 협력하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포함해 6개의 정부출연연구기관(교통연, 기계연, 전기연, 철도연, ETRI)과 2개 대학(한양대, UNIST) 등 8개 기관과 개발 중에 있다. 음속만큼 빠르다는 의미로 ‘아음속 캡슐트레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HTX는 시속 1200㎞의 초고속 진공열차로 2024년 첫 발을 내딛을 예정이다.

 

  플라잉 카는 일반 자동차처럼 도로를 달릴 뿐만 아니라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차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에 이어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라잉 카는 비행기의 넓은 수평 활주로 대신 수직으로 기체를 띄워 이착륙한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길리와 우버 외에도 적어도 전 세계 19개 업체가 하늘을 나는 택시 개발에 뛰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플라잉 카를 개발하는 회사들을 살펴보자.

  우버는 2020년에 미국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택시 서비스 ‘우버에어’를 시범 운용할 계획이다. 우버는 저공비행, 자율주행 항공기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항공교통관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NASA(미국 항공우주국)와 협력했다. 우버에어가 시범운행에 들어갈 경우 현재 우버 택시를 부르는 것과 동일하게 우버 앱으로 비행택시를 호출할 수 있다.

  래리 페이지가 투자한 스타트업 ‘키티호크’는 지난해 4월 1인용 플라잉 카를 선보였다. 플라잉 카는 제트스키에 날개가 달린 디자인의 차량으로 조이스틱과 같은 조종기로 방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어 레저용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일본 ‘카티베이터’도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 중이다. 카티베이터는 일본 엔지니어가 자발적으로 만든 프로젝트 그룹으로 최근 도요타로부터 4000만 엔을 투자받았다.

 네덜란드의 PAL-V가 선보인 플라잉 카 PAL-V 리버티는 접이식 회전익을 탑재한 3륜 자동차로 일반 자동차 번호판을 부착했다. C필러 부위엔 항공기 등록번호를 크게 새겨 항공법에 따른 정식 비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내부에서 운전대 외에 비행 조종을 위한 각종 계기판과 제어장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