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수놓인 제품들의 '마리몬드'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심리치료에서 나온 작품을 다양한 소품으로 재생산해 판매하는 소셜 벤처이다. 사회문제 해결과 혁신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 벤처 사업, 사회에 대한 호기심과 추진력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 소셜 벤처의 현황과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사회적 가치 높이는 소셜 벤처

  ‘소셜 벤처(Social venture)’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상업화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또는 조직을 말한다. 소셜 벤처는 혁신적 기술과 사업모델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해 다양한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 하나이다. 사회적 가치 지향이라는 점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사회적기업’과 높은 수익, 높은 위험이라는‘벤처기업’의 특성과 교집합을 가진다. 즉 성공 시 높은 사회적 가치와 기대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일반 사회적기업, 벤처기업과 다른 점은 아직 법적 개념과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의 인증이나 확인절차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양한 방식과 형태를 통해 도전적·모험적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경영컨설팅,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훈련과 시설비 등을 지원받지 못하고 융자 또한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소셜 벤처기업들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집락을 형성해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성수동의 탄탄한 배후수요, 우수한 교통망, 뛰어난 가성비 때문에 2012년부터 소셜 벤처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었고 소셜 벤처 밸리를 대표하는 헤이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현재는 250여 개의 소셜 벤처들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경선 대표의 루트임팩트가 2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40여 개의 소셜 벤처를 위한 ‘헤이그라운드’를 성수동에 마련했다. 대통령이 참석한 제3차 일자리위원회가 헤이그라운드에서 개최된 만큼 정부의 관심도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추구

  우리나라의 소셜 벤처들은 장애인 고용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익에 중점을 둔다. 장애인 고용이 중점인 기업의 대표적 예로는‘아지오’와 '베어 베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낡은 구두로 유명한 구두 만드는 풍경의‘아지오’는 청각장애인들이 직접 수제 구두를 만든다. 이 기업은 청각장애인 5명과 구두장인 2명, 수화통역사 등과 함께 공장을운영한다.‘ 베어베터’는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인쇄 작업부터 제과, 꽃 배달까지 각자의 특성에 맞는 업무를 부여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업으로는‘마리몬드’와 ‘29DAYS’가 있다.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심리치료 중 압화(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작품을 모티브로 가방, 잡화, 의류, 폰케이스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잃어버린 존귀함의 회복’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가지고 2017년 말까지 누적매출의 10%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해왔다 . 2016년 크라우드 펀딩 으로 시작한 ‘29DAYS’는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하루치 생리대가 기부된다. 기존 생리대 브랜드의 반값을 슬로건으로 건 29DAYS는 여성의 위생 건강 개선 및 문화증진을 목표로 한다.

소셜 벤처의 현 위치

  투자 대비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고려하는 대기업이 아닌 사회적 미션을 위한 기업인 소셜 벤처는 현재 어느 위치에 와 있을까. 2005년 한국소셜벤처대회의 개최로 소셜 벤처 개념이 도입됐고 이후 2009년부터 정부 주도 소셜 벤처 경연대회가 개최됐다. 2016년까지 약 1500개의 소셜 벤처가 설립됐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소셜 벤처들이 탄탄대로만 걷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트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금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소셜 벤처 투자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민간에서 펀드로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기관이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경제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셜 벤처 지원 1000억 펀드 조성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소셜 벤처를 지원하고자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 7월 중소기업청에서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소셜 벤처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소셜 벤처 투자 관련 현장 의견과 제도 개선, 성공사례 공유·확산 등의 역할을 할 소셜 벤처 활성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하고 창업정보 종합 플랫폼을 활용해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우선 자체적인 지원사업의 연계와 관련부처 간에 협업을 강화해 소셜 벤처 창업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소셜 벤처에 50% 이상 집중 투자하는 TIPS 프로그램 운영사를 선정할 때 이들 기업에 대한 육성 실적이 있거나 계획이 있는 투자사에 가점을 부여한다. 

  TIPS 프로그램이란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민간주도로 선발해 미래유망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보육과 투자역량 등을 갖춘 TIPS 프로그램 운영사의 지원으로 소셜 벤처를 발굴하고 성장시키겠다는 의도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사회문제 해결형 R&D’와 고용노동부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등 관계부처와 협업해 소셜 벤처 창업과 사업화 지원에 시너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사회문제 해결형 R&D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통해 삶의 질과 연관된 건강·안전·편의 등을 증진시키는 연구개발을 일컫는다. 또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은 사회적 기업가로서의 자질과 창업에 대한 열정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소셜 벤처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자금난 해결을 위한 전용 펀드도 신설한다. 더불어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추구하면서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소셜 벤처에 투자하기 위해 소셜 임팩트 펀드를 1000억 원 규모로 처음 조성한다.

  소셜 임팩트 펀드란 소셜 벤처기업에 약정 총액의 70% 이상을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는 모태펀드 출자 800억 원과 벤처캐피털 등 민간 200억 원으로 결성하는 것이 목표다. 모태펀드란 정부가 기금및 예산을 벤처기업 또는 창업투자 조합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벤처캐피털에 출자하는 상위의 펀드를 말한다.

  펀드 조성을 통한 투자 확대와 함께 보증제도도 대폭 개선한다. 소셜 임팩트 펀드의 연장선인 소셜 벤처 임팩트 보증제도를 확대해 보증 규모를 지난해 42억 원에서 올해 300억 원으로 7배정도 늘리고 보증효율도 0.3%에서 0.5%로 상향 조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아이디어 경연, 동아리 … 지원사업 다양

  정책과 함께 현재 정부에서는 각종 경진대회를 통해 소셜 벤처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2009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들 수 있다. 이 대회는 크게 창의 아이디어 부문과 창업연계 아이디어 부문으로 나눠져 선발한다. 창의 아이디어 부문은 청소년 부문과 대학생 부문으로 나뉘고 청소년 부문은 만 13~18세 청소년, 대학생 부문은 대학생·대학원생이 참여할 수 있다. 창업연계 아이디어 부문은 일반창업 부문과 글로벌 부문으로 구분되는데 일반 창업 부문은 만 19세 이상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자, 글로벌 부문은 꼭 창업을 희망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가진 만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참가할 수 있다.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수상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2009년 첫 대회에서 수상한‘공부의 신’으로 널리 알려진 강성태 대표가 있다.

  소셜 벤처 아이디어 경연대회 이외에도 현재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공동으로 주관하는 2018 소셜 벤처 대학 동아리 지원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소셜 벤처 문화의 확산을 목적으로 우수한 소셜 벤처 활동계획을 세운 대학 동아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계획됐다. 모집대상은 사회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활동하거나 소셜 벤처 창업을 계획 중인 대학 동아리를 대상으로 한다. 신청기간은 4월 11일까지이며 서류심사 결과 발표는 4월 18일로 예정돼 있다. 지원사업의 과정은 서류·대면심사 이후 1차 워크숍(협약식)을 진행하고 2차 워크숍 이후 최종성과 공유대회로 구성돼있다. 선정시 받을 수 있는 지원으로는 동아리 활동 지원금 150만 원과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 진행 및‘사회적 기업가 캠프’연계, 2018 소셜 벤처 경연대회 참여 및 멘토링 캠프 연계, 마지막으로 활동성과 발표 및 우수 동아리 포상 등 최종성과 공유대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