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국내기업 채용시장에 본격 참여했다.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검토는 물론 면접으로까지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기업 인사 전반에 활용하고 있다. 머잖아 AI가 사람을 평가·선발하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AI 채용에 대해 알아보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AI 채용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상반기 백화점·정보통신 등 5개의 계열사 서류전형 심사에만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총 44개 전 계열사의 서류전형 심사에 AI 채용 시스템을 활용한다. 또한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을 비롯한 CJ그룹도 주요 계열사의 하반기 공개채용에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한다.

  금융권도 잇따라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권은 과거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만큼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방식으로 하반기 공채를 진행한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 면접전형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지원자는 웹캠과 마이크가 설치된 컴퓨터에 앉아 AI와 면접을 본다. 이외에도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들이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채용에 참여한 사람들과 입사해서 높은 성과를 올린 사람들의 자기소개서·업무평가 내용 중 긍정·부정적인 면을 균등하게 뽑아 대규모 데이터를 구축해 이를 AI에게 심층 학습시켰다. 그리고 계열사별로 원하는 조건에 대한 가중치를 적용해 몇 가지 인재 유형을 만들어 인력은행격인 인재풀에 등록한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이 인재풀에 들어 있는 글들과 비교·분석한다. AI의 검색엔진이 일반적인 비교 방법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최선, 성공과 같은 자기소개서 단골 단어를 많이 쓴다고 해서 유리하지 않다. 단어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문장의 구성·내용의 일관성 등을 AI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AI는 자기소개서의 스토리 라인에도 주목한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어릴 때 유명인사 누구를 보며 꿈을 키웠다’고 썼다면 이후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꼼꼼히 확인한다.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만든 문장을 활용하기도 한다. 계열사별 인사 담당자들이 자기소개서 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창작한 문장들을 모아 기업이 원하는 고유의 인재상 데이터를 구축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전문성이 중요한 연구직군의 인재상을 반영하기 위해 ‘저는 해외 학회에 논문을 여러 번 발표했고, 석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와 같은 문장을 데이터에 넣는 식이다.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전문성·성취도 같은 세부 평가 항목에 따라 문장 단위로 나뉘어 인재상 데이터와 비교 분석된다. 그 결과 항목별 점수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최종 점수가 산출된다. 이후 AI는 인사 담당자들이 제시한 합격선 점수 이상의 자기소개서를 선별해 제시하고 이들이 서류전형 이후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이 시스템은 인사 담당자가 사전에 작성한 문장의 양과 질에 따라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들의 책임이 더 커진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서 비싼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본인이 계산하겠다고 했는데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실제로 얘기한다고 생각하고 말해 주세요.” AI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IT중소기업 마이다스아이티가 개발한 AI 채용 시스템은 한미약품·한국정보화진흥원 등 390여 개 기업에 공급돼 가장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AI 채용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같은 외형 정보를 데이터로 이용했다. 따라서 이 시스템으로 채용에 응시하는 사람은 컴퓨터 앞에서 직접 마이크에 대고 질문에 답하면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동안 AI는 답변 장면을 영상과 음성으로 나눠 저장한다. 답변이 끝나면 AI는 영상에선 지원자의 표정과 위치·움직임·전체적인 자세 정보를 음성에선 목소리의 크기와 높낮이·빠르기· 자주 사용하는 단어 등의 정보를 추출한다. 이어 지원자는 이마 앞부분에 있는 뇌 전전두엽의 기능과 관련된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온라인 게임에 응시하게 된다. AI는 지원자에게서 추출한 정보와 게임 결과를 종합해 최종 점수와 적합한 직군 등을 제시한다.

 

  AI 채용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이다. 인공지능이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초다. 따라서 1만 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데 약 8시간이 걸린다. 같은 일을 인사담당자 10명이 처리하면 하루 8시간씩 7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없어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아직 인사담당자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