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명목 빈발하는 부당대우, 근절하려면 계약서 써야
  일반적으로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계는 단 몇 장의 근로계약서로 맺어진다. 그러나 근로장학생은 장학 사업의 일환, 즉 장학생이라는 이유로 계약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계약 대상에서 제외될 시 근로 안정성은 낮아지고 피해 구제 또한 쉽지 않다. 이제는 근로장학생도 장학생 명목을 벗어나 노동자로서 보장받을 권리를 누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근로계약서 작성이 필요하다.
  임금, 근로 시간, 근로 조건이 명시돼 있는 근로계약서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도입됐다. 이는 근로기준법 아래에서 노동자의 불이익을 최소화하며 현실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때문에 본인이 부당한 상황을 겪더라도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노동력을 허비한 것과 다름없게 된다. 현재 계약서를 미작성하는 근로장학생은 계약서로 기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이들이 학교로부터 사적 업무를 지시받거나 추가 근무를 강요받을 때도 있지만 이러한 피해에 대해서는 구제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4대 보험 가입이 안 돼 교내 업무를 진행하던 도중 상해를 입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다. 이처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로장학생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근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학교는 근로계약서를 시작으로 근로장학생에게 기본적인 대우를 행해야 한다. 명확한 구분 없이 노동자와 장학생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처우하면 근로장학생이 노동자로서의 권리까지 포기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업무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근로장학생은 ‘대가성’ 측면에서 같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장학생은 수혜, 봉사, 기여, 학업 증진을 이유로 특별한 대가 없이 장학금이 지급된다. 반면 근로장학생은 근무한 시간 만큼의 대가를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받기 때문에 장학생보다는 노동자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근로장학생을 장학생으로 구분하는 것은 대학의 편의만을 고려한 ‘미명’일 뿐이다. 근로장학생은 어떠한 혜택을 얻는 것이 아닌 본인의 객관적인 노동값을 정당하게 지불받아야 마땅하다. 이를 명시할 수 있는 서류가 바로 근로계약서다. 이제는 근로장학생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보다 명확한 근로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근무 환경 전반을 개선해야 할 때다.

근로계약서 작성이 되레 근로장학생 편의 해쳐
  근로장학생이란 대학 내외에서 일정 시간 동안 근무를 한 뒤 근로에 대한 장학금을 지급하는 장학제도다. 이는 비교적 쉬운 업무 강도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근로장학생 처우에 대한 불만과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로라는 노동자의 성격과 장학생이라는 학생의 성격 사이에서 어중간한 처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 진출한 직장인 혹은 생활인이라면 근로계약서를 기반으로 근무하는 것이 필수지만 근로장학생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이익되는 것이 없다.
  우선 교내 근로의 경우는 학교 장학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따라서 교내 근로장학생은 장학생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장학생이 근로계약서를 쓰게 되면 그 순간 학생이 아닌 대학에 고용된 근로자로 신분이 바뀌고 이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된다. 근로장학생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란 점을 생각할 때 실질적인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근로계약서 작성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존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근로계약이 체결되면 학교는 학생을 근로자로서 관리·감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 편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장학생이 업무를 위한 사업이라기보다는 장학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장학금 지급을 취지로 시작된 것인데 근로계약서 작성으로 인해 학교 측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다면 근로장학생 고용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근로·노동자 보호가 강조되면서 정작 근로의 기회가 줄어드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근로 존중의 역설’이라고 한다. 이는 근로 기회가 필요한 학생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 조건 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근로장학생에게까지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면 사회가 법 만능주의로 빠질 수 있다. 법에 앞서 상식·합리 등 인류 보편의 판단가치도 생각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근로장학생을 ‘장학생’으로 간주하는 현행 방식 유지와 학생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근로계약서가 아닌 다른 방안을 통해 더 나은 근로장학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