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열기를 씻어내는 청계천 물줄기에 발을 담그고 화려하게 장식된 조명을 보고 있노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축제가 거의 끝나가던 26일 저녁에는 시민들의 아쉬운 마음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 물가에 앉아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화려한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찍는 일행들로 가득했다. 복원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잡은 청계천에 ‘루체페스타’가 더해지니 금상첨화였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것일까? 졸리지도 않은데 간간히 눈을 감게 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 사진문화의 대중화를 증명하는 듯 여기저기 삼각대를 펴놓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름다운 야경을 사진에 담으려면 삼각대가 필수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청계천변 길은 넓지 않다. 어른 서너명이 지나가면 꽉 찰 듯한 곳에서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은 정말 불편하다. 본 기자도 기사를 위해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지만 행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벽쪽에 붙거나 물가로 내려가 사진을 찍었다.

두 번째는 어딜가나 쉽게 눈에 띄는 ‘닭살커플’들이었다. 많은 이들의 눈앞에서 어찌나 서로 부비고 만지던지 솔로들의 마음과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의 얼굴에 불을 지르기 충분했다.

끝으로 한쪽에 자리펴고 한상 크게 차린 분들. 늦은 시간까지 청계천을 둘러보고 ‘루체페스타’ 구경하시느라 배가 고픈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청계천 주변 식당들도 많은데 지나가는 사람들 눈치보며 왜 그렇게 불편하게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모습들은 이번 행사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화려한 조명속에 더욱 빛날 수 있는 자리가 옥의 티같은 몇몇 사람들 때문에 흐려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