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과 고무신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같이 행군하던 동기가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내가 그 친구 짐까지 메고 행군을 했다니까”
약간의 거짓말을 보탠 남자들의 군대이야기. 군대를 갈 사람이든, 군대에 있는 사람이든, 군대에 갔다 온 사람이든 군대이야기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는 군대이야기는 우리나라 남자들 사이에선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한편, 이들만큼이나 군대이야기를 많이 하는 여자들이 있다. 바로 ‘곰신’. ‘곰신’이란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들, 소위
고무신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양소은(의료경영4) 학우는 “주변에 군대에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몇몇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기 생활하면서 지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남자친구의 빈자리를 무척 힘들어한 친구도 있었다”며 “친구들이 기념일이라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무신들의 모임
고무신. 그들은 2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기다릴까. 네이버에는 ‘고무신’들을 대상으로 ‘고무신 카페’(http://cafe.naver.com/komusincafe.cafe)가 운영 중이다.
2003년에 개설된 이 카페는 십만여명의 회원이 있다. 김미나(‘고무신카페’운영자) 씨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나서 힘든시간을
보냈었다”며 “‘동병상련’이라고 군인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한다면 기다림이 덜 힘들 것 같아 카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매일 2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이 카페에는 군대카툰이나 군대관련 자료, 고무신들의 자유게시판, 편지와 면회도시락을 뽐내고 자료를
공유하는 게시판 등이 있다.
올리는 사람도 내용도 다르지만 군대에서 고생하는 남자친구를 위한 고무신들의 섬세한 배려와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고무신은 괴로워
한유림(‘고무신카페’회원) 씨는 “군대에 간 남자친구의 생일을 챙겨주려고 자료를 찾다가 이 카페를 알게 돼 가입했다”며 “군대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는 게 없어서 남자친구의 군대이야기가 좀 지루했었는데 카페에서 많은 자료를 접하고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자친구의 생활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제대하는 한씨의 남자친구는 한씨가 꾸준히 보내주는 편지와 선물로 부대 내에서도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고무신’이라는 게 쉬워보이진 않는다. 또 다른 회원인 김다연 씨는 “군인인 남자친구가 안스러워 이것저것 챙겨주다 보면 한달에 평균
20만원 없어지는 건 금방”이라며 “서로 좋아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돈문제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카페 내에서도 여러 이유로 헤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주위에서 종종 기다려봤자 제대하면 눈이 높아져서 널 찰 거라는 등의 말을 많이 들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기다린다’는 약속 자체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는 않다. 김세연
씨(‘고무신카페’회원)는 “남자친구가 좋아해 기다린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군인을 버리고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 주위사람들이 나를 욕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중 NO
사랑하는 중
Yes
전지 가득 사랑의 손길이 담긴 전지편지, 밤새 남자친구를 위해 준비한 도시락, 언제 전화올까 노심초사 쥐고 있는 휴대전화.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고 나니 자신이 친구들에게 얼마나 소홀했는지 알 수 있었다는 우스갯소리에 공감하고 하루를 한달같이, 일년같이 보내고 있는
고무신.
군 복무기간이 줄었다지만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큰 시험일 수 밖에 없다.
기다리는 중’이 아니라 ‘사랑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라는 한 회원의 말처럼 힘든시기이지만 그만큼 더
각별한 사랑을 하는 군화와 고무신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군대유머] 군인과 군바리의 차이
▲정의
군인=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
군바리=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휴가 나온 사람.
▲특징
군인=절도와 패기, 살아있는
눈동자, 단정한 복장.
군바리=주정과 객기, 누런 눈동자, 삐딱한 모자.
▲생각나게 하는 것
군인=‘배달의
기수’에 나오는 최전방 철책 근무.
군바리=‘우정의 무대’에 나오는 특유의 군바리 춤.
▲두려운 것
군인=애인이 고무신 거꾸로 신는 것!
군바리=비상 걸려 휴가 짤리는 것!
▲제대후 하고 싶은 일
군인=뒤떨어진 공부와 그동안 소홀했던 부모님께 효도!
군바리=군대쪽으로 오줌 안 누기!
▲만나면 하는 대화
군인=그 동안 잘 지냈니? 친구들도 잘있지?
군바리=군인이 뭔 돈이 있냐?
▲자주 보는 장면
군인=단정한 복장으로 애인과 데이트하는 모습,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는 군인정신!
군바리=둘 이상만 모이면 망가지는 개김정신!
▲입대후 바뀐 것
군인=말투:“~~다 ”, “~~까? ” 로 끝나는 말투.
수면시간:아침 6시만 되면 눈이
뜨인다.
군바리=취향:치마만 두르면 다 좋아한다.
빈대정신:먹을 줄은 알고 계산할 줄은 모른다.
▲대표적인
거짓말
군인=하나도 힘들지 않아. 군대음식 잘 나와. 아주 편한 곳이야.
군바리=국가 기밀이야. 내가 저격수야. 오줌 누면 그 자리에서 얼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