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캠퍼스투어를 시작한 네덜란드팀. 마주칠 때마다 기념사진을 요구했다

② 인사동투어 중 발견한 하회탈. 웃는 모습이 닮았다며 좋아했다.

  7월 4일 인천공항

공식적인 대회일정은 5일부터 시작됐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팀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오전 7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고 기다리는 팀들이 언제 게이트를 빠져나올지 몰라 긴장도 늦출 수 없었다.

그래도 오랜 여정으로 인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기념촬영에 환하게 웃어주는 참가팀들을 보면 피로가 풀리는 듯 했다. 기념촬영을 마친 팀들은 대회기간동안 묵을 호텔로 이동했다.

7월 5일 개막식

오전 10시 호텔에서 출발, 점심식사 전까지 우리학교를 둘러봤다. 약간 흐린 날씨 덕분에 힘들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네덜란드팀과 스위스팀은 서로 경쟁하듯 사진을 찍어달라며 나를 찾기도 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영재들이라도 아직은 고등학생이기에 장난기 어린 모습이 많았지만 대회가 진행될 아름관과 결승전이 치러질 예음홀을 볼 때는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점심식사를 한 뒤 우리학교 풍물패의 공연을 보고 예음홀로 이동했다. 개막식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음악 연주, 부채춤 공연, 우리학교 태권도학과의 시범을 볼 수 있었다. 대회 개회선언 후 토너먼트 대진표를 만들 때에는 각자 어느 팀과 맞붙게 될지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저녁 6시 호텔로 돌아가 환영만찬으로 대회 첫날을 마무리했다.

7월 6일 1회전 경기

한국 I팀은 사이프러스와 나이지리아팀, 한국 II팀은 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팀과 첫경기를 가졌다. 첫 단추를 꿰는 일인 만큼 중요한 경기지만 서로 높은 점수를 받는 것 보다 상대에 대한 탐색전에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호텔 근처에 있는 올림픽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무더운 날씨와 첫 번째 경기가 많은 부담이 됐는지 대부분은 평화의 문에서 기념촬영 후 바로 호텔로 돌아갔다. 좋은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촬영포인트를 체크해뒀는데 많은 팀들이 그냥 돌아가니 무척 기운이 빠졌다.

나이지리아팀과 호주팀만이 끝까지 넓고 넓은 올림픽공원을 모두 돌아봤다. 아마도 그들 나라도 더워서 우리나라 여름날씨도 익숙한듯 싶다. 나이지리아팀은 한가지 인상깊은 점이 있다. 안내를 맡은 가이드에게 계속 물어보며 한국말을 배우고 있었다. 발음도 한국말을 처음 배우는 외국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정확했다.

7월 7일 2, 3회전 경기

1회전 경기때보다 각 팀들은 점차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무슨 내용인지 완벽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발표자의 목소리나 반론자의 질문, 평론자의 평가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경기가 끝난 후 7시 30분부터는 예음홀에서 우리학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었다. 열심히 듣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자장가 삼아 휴식의 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7월 8일 4회전 경기와 국립중앙박물관 방문

대회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몇몇 팀들이 우승후보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국 I팀은 약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엔 이른 시점이었다.

오전 경기를 마친 후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봤다. 가이드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열심히 안내문을 보며 우리나라와 세계 역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념품코너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오후 5시 30분 여의도로 이동, 한강 유람선을 타고 저녁식사를 했다. 시원한 강바람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는 경기의 긴장감을 한순간이라도 풀어주는 듯 했다.

7월 9일 5회전 경기와 경복궁·인사동 탐방

결승 바로 직전의 경기였다. 순위권 안에 있는 팀들은 자신의 결승티켓을 지키기 위해, 순위권 밖의 팀들은 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오후엔 경복궁과 인사동을 돌아보며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경복궁은 조용하게 왕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면 인사동은 시끌벅적한 서민들의 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인사동은 전통문화와 현대의 모습이 잘 어우러진 문화의 거리로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있어 외국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7월 10일 기업탐방 및 민속촌 체험

파이널라운드만을 남기고 오전은 삼성, LG, 현대 등 기업탐방, 오후에는 한국민속촌을 방문했다. 외국 학생들에게는 국내 대기업을 방문하고 공장의 생산라인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좋았겠지만 한국인 가이드에게는 기업 사내식당에서 먹는 제대로 된 한식이 정말 최고의 요리였을 것이다. 행사기간동안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뷔페식에 질려있다 먹은 동태찌개는 최고였다.

민속촌에서는 다양한 한국 전통 민속놀이를 직접 체험하고 서양 서커스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마상무술, 널뛰기 묘기 등을 관람했다. 특히 줄넘기, 투호, 널뛰기 등 전통놀이를 직접 즐기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볼 때는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7월 11일 결승경기, 폐막식

대회 마지막날 결승경기는 예음관 예음홀에서 치러졌다. 객석에는 대회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학생들도 다수 참관했다. 결승경기에는 한국 II팀, 뉴질랜드, 호주팀이 참가했고 제20회 IYPT in Korea의 우승기는 호주팀에게 주어졌다. 조금 아쉬운 감이 남지만 한국 II팀은 뉴질랜드와 공동 2위에 입상했다.

모든 시상이 끝나고 대회 폐막이 선언됐을 때에는 시작할 때의 어색함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모두가 친구가 되어 우승의 기쁨과 서로의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가득했다. 대회를 통해 물리에 대한 지식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과 교류하며 교과서에서 배우기 힘든 경험도 많이 쌓은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