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한 두 번쯤 정말 혼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바쁠 때 내 일을 나눠줄, 나와 똑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바쁜 일을 나눠주기만 한다면 참 고마운 일이겠지만 점점 사람들이 ‘나’와 ‘또 다른 나’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까지 그가 가로채 버린다면 참 곤란한 일일 것이다.

최근 가수 박상민씨와 그를 사칭한 이미테이션 가수 박성민씨의 사건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언론에 소개된 박상민 측의 주장에 따르면 다른 이미테이션 가수와 달리 박성민씨는 본인이 이미테이션임을 밝히지도 않고 ‘진짜’ 박상민인 것처럼 행동하고 다녀 고소를 하게 됐다고 한다.

비록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이미테이션 연예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혹시 쌍둥이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비슷한 얼굴, 눈을 감고 들으면 진짜와 구분하기 힘든 목소리를 무기로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가수나 탤런트는 물론 스포츠스타나 정치인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원본’스타보다 비교적 접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 더욱 재미있기도 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도 있지만 ‘재미있어봤자 이미테이션이지’라고 과소평가를 받기도 한다.

과연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미테이션 연예인’이라는 말 그대로 다른 누군가의 삶을 따라갈 뿐인지, 그들만의 ‘진짜’모습은 어떤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미테이션 연예인 하리슈씨와 안허벙씨를 만났다.


“어설프게 닮아 천만다행” - 하리슈(김윤아28)

▶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정발산역에서 그를 만났다. 먼저 와 있던 그는 주변의 시선쯤은 상관없다는 듯 팔에 난 털을 제거하고 있었다. 여자 연예인으로서 깔끔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근처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때늦은 점심식사를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비빔밥을 주문한 기자와 달리 그는 “이곳에 오면 항상 먹는 것이 있다”며 잠시 후 데리야끼 볶음우동과 다꼬야끼를 들고 왔다. 맛있으니 같이 먹자며 일본에 있을 때도 즐겨 먹었던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재일교포인 아버지 덕분에 일본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때까지 살았다고 한다. 그 후 교육문제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와 예술고등학교에 진학, 판소리를 전공했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다지만 판소리를 배운 것은 조금 의외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21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칵테일바에서 설거지를 했는데 어느 날 가수가 와 노래 몇 곡 부르고 자신이 일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많은 돈을 받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가수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노래하고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야간업소와 자선공연이 가수로서의 주요 활동이지만 드라마나 영화 OST에 참여한 적도 있다고 한다. 또 본인의 음반도 준비중이고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본격적인 가수활동이 시작되면 하리슈의 이미지가 걸림돌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실력있는 가수도 계속 똑같은 분위기의 노래만 한다면 질려버리듯, 진정한 스타가 되려면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력만 한다면 지금의 이미지는 금새 벗어버릴 수 있고 가수로서의 성공에 충분히 자신있다는 그의 말이다.

하지만 지금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이미테이션 연예인 하리슈. 대부분의 이미테이션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우연한 기회에 닮은 점이 부각돼 시작했다고 한다. 3년 전 한 호텔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가 있었다. 당시 많은 이미테이션 연예인들이 왔었다.

가수로서 노래와 일본어를 할 수 있어 통역을 하기 위해 갔었으나 행사가 끝난 후 관계자들과의 뒷풀이 자리에서 “나도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며 하리수 흉내를 냈던 것이 너무 비슷했고, 마침 자리에 있던 이미테이션 연예인 클럽 회장 주용필씨의 눈에 띄어 하리슈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하리슈로 활동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원래 목소리가 많이 비슷해 몇 번 연습 하지 않아도 흉내를 잘 내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많이 놀란다”고 말했다. 다만 “하리수씨의 머리가 길어 나는 자르고 싶어도 자르지 못하고 그의 화장법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하리수씨의 이미테이션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고 한다. 사무실이 근처라 지나가면서 우연히 본적도 있고 하리수씨의 팬카페 회원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활동이 바쁘다보니 한마디 건네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만약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언니 파이팅~(하리수버전)”을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이 금새 지나 4시가 됐다. 매주 토, 일요일마다 하고 있는 자선공연을 하기 위해 라페스타라는 상가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인터뷰 때문에 조금 늦었는지 이미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노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리슈씨 말고도 몇 명의 가수가 모여 ‘두레소리’라는 이름으로 자선공연을 하고 모금한 금액은 희귀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우들에게 연말에 전달한다고 한다.

그가 자선공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이영준(47) 두레소리 대표의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몇 년 전까지 후두암으로 고생하고 있었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자신처럼 회복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하리슈씨도  허약한 체질이어서 일도 좋지만 돈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에, 또 죽기전에 좋은 일 한가지는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에 동참했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고 자선공연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하리수의 이미테이션이라는 느낌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하리슈가 아닌 김윤아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테이션 연예인중에 내가 제일 닮았다” - 안허벙(안성근31)

 인기 개그맨 안상태(30)씨의 이미테이션 안허벙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7호선 중곡역 근처의 한 디자인 사무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테이션 연예인이 아니라 디자인회사의 사장으로서 신입사원 면접을 실시하고 있었다.

개그맨중에서도 어눌하고 바보스러운 연기를 하는 안상태씨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단정한 머리와 조금 진한 색의 안경, 흰색 셔츠 역시 이미테이션 연예인보다 젊고 당당한 경영자로서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고 대화가 늘어감에 따라 안어벙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내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미소가 떠날 새가 없었다. 또 자세히 보니 바지는 예전 인기코너 ‘깜빡 홈쇼핑’에서 ‘안어변이 입었던 촌스러운 파란색 바지였고, “사진찍으려면 의상을 맞춰야겠다”며 금방 파란색 상의까지 가져와 입었다.

사무실 한켠에 걸려있던 붉은색 넥타이까지 매니 영락없는 ‘안어변이었다. 최근 대중의 관심이 늘어가면서 여기저기 인터뷰요청이 많아 사무실에 항상 의상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한사람의 경영자가 이렇게 감쪽같이 개그맨 뺨치는 연예인이 됐을까?

그는 본래 이벤트 기획사에서 일했었다. 약 6개월 전 어린이대공원의 행사를 기획했던 적이 있는데 행사에 주용필씨와 너훈아씨를 섭외했었다고 한다. 행사에 왔던 주용필씨는 안성근씨를 보고 개그맨 안상태씨와 얼굴과 목소리, 말투까지 너무 닮아 이미테이션 연예인 활동을 권유했고, 그는 잘만하면 이벤트 기획사 일에도 보탬이 될 것 같아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회사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대학도 관련학과를 졸업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 한다. 그가 방송을 시작한 것은 DMB 라디오 ch31 ‘트로트에 빠져봅시다’이다. 처음에는 방송에 나오는 것이 어색하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일이 몸에 익어 리포터나 MC활동까지도 욕심이 난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좋다.

그의 장모님은 아예 이길로 나가보기를 권하고 동생은 형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좋다고 한다.
그는 “안상태씨와 닮은 것이 얼굴이나 목소리 뿐 아니라 혈액형과 나이까지 똑같아 다른 이미테이션 연예인들보다 더 친밀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언젠가 안상태씨와 같은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있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자신을 따라해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활동을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진짜’와 ‘이미테이션’은 둘 중 한쪽이 잘되면 다른 쪽도 잘 된다고 믿고 있는 그는 기회가 되면 안상태씨와 같은 코너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테이션 연예인 활동은 그가 하고 있는 일 중 가장 늦게 시작한 것이지만 세가지 일 중 하나를 택하라면 이미테이션 연예인활동을 택하겠다고 말할 만큼 애착이 크다. 그는 “돈보다 일 자체가 재미있고 ‘진짜’와 닮은 점이 많아 연기라기 보다 일상같다”고 했다.

일을 일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처럼 부담없이 즐기는 것이 그가 세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어느 것 하나 잃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서 잠깐!! 이미테이션 가수 박성민씨는… 기본적으로 이미테이션연예인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유명연예인의 흉내를 내는 것도 그들의 재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전제로 그들은 자신이 이미테이션이라는 것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연예인들보다 그들이 더욱 뛰어난 재능이 있더라도 그들이 수입을 얻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이 흉내내는 연예인의 지명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박상민건도 이미테이션가수가 활동하면서 마치 자신이 박상민인 것처럼 일반인을 기망하여 돈을 번 것이고, 이는 당사자인 박상민의 신용 내지 영업활동 등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 무대를 지켜보았던 일반관객을 속인 것이기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이번 박상민건에 대한 범죄혐의는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2조 1의 나’에 위반한 것으로, 동법 제18조 제3항에 의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한 박상민은 이건 이미테이션가수에 대해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박상민사건은 ‘이미테이션’가수사건이 아니라(왜냐하면 이 사건은 단순 모방이 아니었기 때문) 명백히 현행법을 침해한 것이고 더 나아가서 박상민이라는 가수가 15년간 이룩한 가수로서의 자산을 침해하고 일반대중을 기만한 범죄행위이다.                                                                                                                                                   김한규(법학90) 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