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당시 무엇보다 대학교 강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입시위주의 암기식 공부만 했던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학문적으로 깊이 있고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받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푼 기대로 시작한 대학교 강의가 하루, 이틀 지나 어느 덧 한 학기가 지나갔다. 강의평가를 하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성적 조회를 하지 못한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고 강의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입학 당시 수업에 대한 기대에 부응한 수업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수업도 있었다.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친 수업에 대한 강의평가를 할 땐 느낀 바를 솔직히 적었다. 객관식 문항을 체크할 때도 수업이 어땠는지 떠올리며 하나씩 체크해 나갔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친구는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성적 조회하려고 하는 건데 그냥 대충해.”라며 핀잔을 줬다.

더 좋은 강의를 학우들에게 제공하고자 실시하는 강의평가지만 강의평가의 본 취지는 잊혀진지 오래다. 타대와 마찬가지로 우리학교 또한 보다 많은 학우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강의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 조회를 하지 못하도록 ‘강의평가 의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목적이 돼야 할 강의평가가 성적 조회를 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초·중·고등학생 때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수업을 받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은 수업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입장이다. 수업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강의평가이다. 그러나 성적 조회를 하기 위해 의미 없이 답변하는 강의평가가 과연 수업을 개선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을까.

현재 강의평가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강의평가가 공개되는 것도 시급한 문제지만 우리들의 태도 또한 바뀌어야 한다. 성실하게 강의평가에 임할 때 질 높은 수업을 들어야 할 우리의 권리를 학교에 당당히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