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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는 매 학기 말마다 인터넷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한다. 타대와 마찬가지로 평가 하지 않으면 성적 조회를 못하는
‘강의평가 의무제’를 실행하고 있다. 강의의 미약한 점을 보완해 질 높은 강의를 학우에게 선사하고자 시행하는 강의 평가. 하지만 다수의 학우들은
강의평가의 취지와 활용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일까.
강의 평가제는 1993년 한신대에서 시작해 전국 대학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우리학교는 1996년 1학기에 한
강좌에 대한 시험 평가를 시행한 후 그해 2학기 때 전 과목에 대해 전면 강의 평가를 정규 시행했다.
당시에는 강의 시간에 강의 평가지를 나눠주고 OMR 카드에 표기하도록 했다. 이 후 2003년 1학기부터 온라인
강의 평가로 전환됐다.
강의평가의 실효
우리 학교 강의평가 항목은 객관식 13문항과 주관식으로 나뉘어 있다. 객관식의 3문항은 학우 본인의 수업태도를
평가하는 항목이며 나머지 10문항은 교수에 대한 평가 문항이다.
김인섭（교무지원팀） 주임은 “교수에 대한 평가 10문항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와 각 항목에 대한 결과를
집계해 교수에게 개인적으로 통보한다”며 “통보된 평가 결과를 가지고 교수 스스로가 피드백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식의 비공개적인 강의평가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까. 이용우(무역2) 학우는 “강의 평가를 해도
다음 학기 수업이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 개인에서만 끝나는 피드백은 강의에 얼마나 반영 되는지 알 수 없다. 실제로 매 학기마다 수업 진행 방식,
심지어는 시험 내용마저 똑같은 교수도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평가 결과가 제대로 강의에 반영되었는지 의심 할 수밖에 없다.
부실한 강의평가 항목
강의평가 항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교재 위주의 수업, 토론 위주의 수업, 지성학 같이 교재 없이 강사의 강연을
듣는 등의 여러 방식의 수업이 존재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의 강의 평가 문항은 획일적이다. 강의 방식이 다른 만큼 그 특성에 맞는 강의 평가
항목이 마련돼야 한다.
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평가 항목은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 실제로 인하대에서는 수업 특징과
수강인원에 따라 10가지 종류의 강의 평가가 시행되고 있다. 고려대도 강의 유형에 따라 강의평가 종류가 6가지로 나뉘어 있다.
이에 대해 김 주임은 “교원업적TFT팀에서 강의평가 항목을 개선하려고 고려중이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불성실한 평가
강의평가의 문제는 전적으로 학교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강의평가를 하는 주체인 학우들 또한 많은 책임이 있다. 성적 확인만을 위해 강의평가를 의미 없이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의평가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는 강의평가 결과에 대한 부정확으로 이어진다.
강의평가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또 다른 의사소통이다. 우리는 강의평가를 통해 수업을 개선, 질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때문에 불성실한 태도는 학생으로서 중요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강의평가는 교수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성실하고
진실된 강의평가는 다음 학기에 더 질 높은 수업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저 성적 확인을 위해 혹은 의무감에 하는 강의평가가 아닌 한
학기를 돌아보며 한 문항씩 꼼꼼히 체크하는 강의평가가 돼야 할 것이다.
강의평가, 이젠 공개돼야
강의평가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평가 항목이 준비돼야 한다. 그리고 강의평가 결과가 교수
개인통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우들에게 공개돼야 한다. 수강 신청을 할 때 대부분의 학우들이 강의계획서나 입소문에 의지해 수업을 선택하고
있지만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강의평가 결과가 공개된다면 학우들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좋은 수업을 선택할 수 있고
나아가 교수들의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우 학우는 “평가결과가 공개된다면 입소문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며 “강의평가 결과로 수업이
개선될 수 있다면 강의평가는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좋은 수업을 듣고 더 질 높은 수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학교 측에서 강의평가 결과를
학우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주임은 “아직 강의평가를 공개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며 “모든 대학교들의 추세가 강의평가 공개라면
우리 학교 또한 그 흐름에 맞출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대다수의 대학들은 수업의 독립권 침해, 교권탄압, 평가하는 학생들의 불성실한 자세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강의평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강의평가 공개를 요구한다. 강의평가 공개가 수업 질의 향상뿐만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활발한 소통의 계기가 되고, 교육 활성화의 윤활제 역할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강의평가의 공개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건국대, 서울대 등은 총학생회에서 홈페이지로 학생들에게 강의평가서를
받아 게시판에 게재하고 있다. 또 경희대 같은 경우 총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강의평가서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평가를 수합해 자료집으로
제공하고 있다.
우리학교 윤주빈 총학생회장은 “아직 강의평가 공개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학우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빠른 시일 내로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학우들의 성실한 강의평가를 바탕으로 한 강의평가 공개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강의평가의 본래 취지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