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낭인. 사법고시를 치르기 위해 매년 골방에서 책만 들여다보는 3만여 명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 2~30대 청년층으로 구성돼있는 탓에 사법고시는 ‘사회적 에너지 손실의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13년이면 우리사회의 고시낭인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지난달 3일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09년 3월부터 문을 열 로스쿨을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은 로스쿨이 창출할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는 커녕 긁어 부스럼을 일으킬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 또한 만만치 않다. 미국에선 성공한 로스쿨이지만 우리보다 앞서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에선 쓰디쓴 결과만을 남겼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을 가진 로스쿨. 과연 우리나라에 ‘득’이 될까 ‘실’이 될까?   로스쿨에 대한 대립된 의견들을 살펴보자.

로스쿨,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의 향기
▲효율적 교육의 창출 = ‘사법고시 합격’은 국가고시 중에서도 ‘하늘의 별따기’란 인식이 강하다. 시험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경쟁률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한다. 그러나 로스쿨은 다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위)에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80%정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시험에 대한 수험생과 학교의 압박을 줄여 여유있는 교육을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고시생들은 사법고시 합격을 위해 유명강사를 좇아 고시공부를 하고, 대학에서는 그 학교 출신들의 합격률을 높이기위해 학설을 외워 작성하는 논술형 시험을 시행했다. 하지만 로스쿨의 도입은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법률을 개혁할 힘을 기르는 교육을 창출, 사법시험제도와 다른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즉, 교육과정 내내 육법전서를 달달 외워야하는 비효율적인 이론중점교육을 하지 않는다.

▲또 다른 고시낭인을 예방 =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공부만 해선 안된다. 적성시험, 학부성적, 에세이뿐만 아니라 ‘사회경험 및 자격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입학을 준비하는 기간 중에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개인적인 측면에선 공부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큰 부담을 짊어지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선 공부하느라 허송세월하는 인력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전문법조인의 양성 = 로스쿨 시행에서 주목되는 취지는 ‘법조인은 순수 법률업무를 취급하는 전문갗란 생각을 타파하고 금융·언론·정부·의학 등 사회 각 분야에 필요한 다양한 법조인의 양성하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 발맞춰 로스쿨 입학기준은 ‘대학에서의 법 전공 필수’를 포함하지 않는다. 공학계열이든 경상계열이든 학사학위만 있으면 입학자격엔 문제가 없다.

이러한 진학 자격요건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우수인력들을 로스쿨에 진학, 전문법률가로 양성 등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 고도로 세분화, 복잡화되는 사회가 각 분야별로 특화된 법조인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자발적인 성장을 유도 = 1993년 사법제도발전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14년 만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고, 올해 ‘로스쿨’이란 주제는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그 영향은 단순한 관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로스쿨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는 ‘로스쿨 법률’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기 전부터 이미 활발하게 형성됐다. 일본이나 미국 등 이미 로스쿨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적성시험 문제지를 구해 입학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LEET(법학적성시험)의 성향을 파악, 스터디를 구성하기도 한다. 학원들도 발 빠르게 로스쿨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모든 것은 로스쿨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기 진행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법학 연구에 투자되는 금액의 획기적 증가는 다양한 법학의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한 디딤돌이 된다. 사적재단은 물론, 국가 기관의 법률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도 ‘국제경쟁력을 갖는 법’마련에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향기는 독이 될 수도…
▲로스쿨은 법률 가격을 하락시키지 않음 = 변호사가 증가하기 때문에 법률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한다는 주장은 ‘수요와 공급’이란 일차원적인 시각에선 타당하다. 하지만 일부에선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평가절하한다. 그들은 “엄청난 학비를 지불해야 하는 로스쿨제도를 통해 변호사가 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용역을 저렴한 가격에 팔리 있겠느냐”며 반박한다.

만만치 않은 비용인건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처럼 학원비, 교재 값 등으로 지불하는 것이 3년 동안 1억 5천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로스쿨을 다니며 지불하는 학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변호사가 많아진다고 해서 모든 변호사가 꼭 소비자만을 위해 일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기대이하의 수입만을 얻는 ‘개업’보다 대기업에 취직하여 수입을 보장받으려는 변호사가 많은 탓이다. 변호사의 용역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공급이 늘어도 늘어난 것이 아니다.

▲법조전문화, 빛 좋은 개살구 = 우리나라가 본받으려는 미국 로스쿨의 강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미국의 각 대학들이 ‘총체적인 법’이 아닌 ‘각 분야별 법’에 특성화를 가진 점에 주목하면 답은 나온다. 바로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전문화’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뤄낼 중요한 과제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법조전문화를 이뤄낼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환경적 요건이나 사회적 인식 등을 제외하더라도 ‘전문법조인을 양성할 교수’들이 충분히 확보됐는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기존의 법학교수들이 강의를 맡는다 하더라도 그들이 ‘예전의 수업방식’을 탈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고시낭인, 안 없어 질수도 =  로스쿨에 대해 정영환(고려대 법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존의 법체계와 가장 많이 닮았고 ‘미국식 로스쿨’제도를 공통적으로 도입한 일본의 경우(2006년 1회 졸업생 변호사 합격률 34%, 2회 22%, 3회 20%를 기록)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고시낭인은 없어져도 로스쿨낭인이 생길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로스쿨 입학시험이 또 다른 형태의 사법시험이 되고, 그 시험을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을 다 바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로스쿨제도가 시행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한국 국적의 외국 학부 졸업자들도 입학시험에 응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험생의 인원이 폭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졸업 후 80%의 합격률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탈락하는 인원, 즉 로스쿨낭인이 되는 인원도 많아질 것이다.

▲경제적 진입장벽의 형성 = S대 법대를 졸업한 나똑똑양은 도서관 안에서 낡아빠진 헌책으로 공부해도 2년이면 사법시험 1, 2차를 통과하고, 2년 동안 월급을 받으면서 연수원을 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단한 그녀는 로스쿨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로스쿨 과정을 이수할 능력은 있지만 한 해에 최소한 1천만원, 많게는 2천만원을 요구하는 학비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탓이다. ‘높은 합격률’도 ‘미래의 보장된 수입’도 현재적 문제에 곤경을 처한 나똑똑양에겐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학교의 지원이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경제사정이 어려운 학우들을 일일이 배려하다 보면 등록금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런식의 학비지원은 경제적 진입장벽의 해소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경제적 진입장벽 해소’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 논거는 ‘로스쿨 시행이전’까지 로스쿨을 반대하는 가장 강력한 주장으로 남을 것이다.

▲미국식 로스쿨 NO =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기존의 법률교육은 외우기가 중심인 ‘이론교육’이지만 미국의 로스쿨은 ‘실무교육’이 중심이다. 과연 몇 십년간 정착해온 우리나라의 기존 법률교육이 단기간에 180도 바뀔 수 있을까?

이관희 한국헌법학회장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정착된 로스쿨 제도의 기반된 풍토는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활용되기 힘들다.”고 말한다. 미국식 로스쿨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식 로스쿨’에 대한 대안으로 ‘영국식 로스쿨’을 언급한다. 영국의 경우 3년간의 이론교육, 1년간의 실무교육을 마치면 법조인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어서 한 분야의 2년간의 연수를 수료하면 전문 정식 법조인이 된다. 이론중심의 교육체제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 기초법학의 틀을 지키고 빠른 과정을 거친다는 부분에서 ‘영국식 로스쿨’을 선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