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하에 2006년부터 법조시장이 개방됐다. 선진국의 대형로펌으로부터 우리나라 법률시장을 사수하려면 서둘러 로스쿨을 도입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의 오랜 제도인 로스쿨을 단기간에 받아들이려했다가 혼쭐이 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가 1670년에 처음 도입한 이후 ‘미국의 역사’의 한 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의 풍토와 사상이 깃든 제도를 적당히 굽지않고 날로먹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국제화란 다급한 상황은 로스쿨이란 고기를 ‘well-done’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수립된 이래 로스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14년이었고, 우려한대로 그 짧은 시간동안 우리는 ‘로스쿨 껍질’만 핥은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사회기획 기사를 위해 한동안 여러 매체의 ‘로스쿨’관련 기사를 읽어봤지만 대부분 기사들의 초점은 ‘로스쿨 입학 정원’과 같은 외형적, 인적, 물적 시설에 대한 투자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교육 내용’이나 ‘교육 방법’에 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우수한 인재를 어떻게 육성해 낼 수 있는갗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고 ‘얼마나 많은 인력을 법조인으로 양성할 것인갗가 주요 논점인 것이다. 로스쿨에 대한 논의 중에 ‘우리나라에 전문 법조인을 양성할 만한 교수인력이 있는가?’란 물음이 있었다. 로스쿨의 질적인 면을 고려하는 좋은논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도 너무나 근시안적이다. 사법시험 2차 과목 중 행정법, 상법을 선택과목으로 바꾸고 그 자리에 법철학 법사회학 등 기초법과 사회법이나 지적재산법, 환경법, 조세법 등의 다양한 전문분야를 편입시킨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학부에서 각 대학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법학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를 대학원에서 심도 있게 학문적으로 발전시켜 실무와 연계시켜 나가면 점차 각 분야의 전문법률가 양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이 계획이 ‘장기적’전략이라는 점에서 생뚱맞아 보인다. ‘전문법률가를 양성할 교원확보’는 로스쿨 시행과 함께 곧바로 진행되어야 할 사안이 아니던가? 로스쿨이 시행되는 2009년이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갗에 대한 논의도 활성화되지 않은 듯하다.

무엇이 먼저인지를 정확히 가려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첫 수업을 들을 때 염두하는 것은 ‘클래스에 몇 명의 인원이 있는갗가 아니라 ‘수업내용의 질이 어떠한갗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