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밤이 환해졌다. 분식집, 패스트푸드점 등의 음식점과 PC방을 비롯한 찜질방, 헬스장 등의 편의시설까지 24시간 영업점이 곳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편의점이 들어선 것을 기점으로 많은 할인매장들이 영업시간을 자정까지로 연장하거나 아예 24시간 영업체제로 바꿔가고 있다. 또한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ATM 예금 인출 서비스도 24시간 제공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밤이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하철의 연장운행과 심야버스노선이 확대되고 전자정부시스템을 도입한 행정부는 24시간 민원을 처리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에 사람들도 변화하고 있다. 한 시청률조사업체의 시간대별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시청률 20위 안에 드는 프로그램 중에 두 개만이 예전 프라임 타임(저녁 8시 전후) 시간대에 방송되는 것이고, 8개의 프로그램은 밤 11시 이후의 방송이라고 한다.

편의점 역시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밤 시간이다. 오후 6시에서 이튿날 새벽 6시까지의 매출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오후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가 피크타임 이라는 것을 보아도 변화하는 사회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24시간 사회’가 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으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합법적 밤문화의 등장

해방이후 미군정 시절, 1945년 9월 8일 미 육군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 의거하여 서울과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야간통행금지가 시작되었고 이후 통금은 1957년 3월 전국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이로써 통금시간은 시민들의 귀가시간을 재촉했다.

하지만 통금을 유지하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여론에 의해 1982년 통금이 해제됐다.

이어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만들었던 ‘심야영업규제(1990년 10월부터 자정을 넘겨 영업하는 모든 업소를 단속하는 법)’도 1998년 폐지됐다. 이는 자정을 넘긴 영업시간이 합법적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새로운 밤문화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

‘FedEx Kinko’s Korea 고객 서비스 센터는 언제 어느 때든 고객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곳에 24시간 대기하고 있습니다. 견적, 주문, 파일전송, 시안작업 등을 사무실이나 집에서 작업하시는 것처럼 편안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페덱스 킨코스 홈페이지에 등재돼있는 내용이다. 전세계 1,700여 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페덱스 킨코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종합 사무 편의점으로 24시간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나날이 번창하고 있는데 회사번창은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킨코스의 24시간 영업으로 인한 야간업무는 일주일 단위로 교체된다. 페덱스 킨코스 신사점에서 일하고 있는 조동훈씨는 “처음엔 일을 시작하면서 뒤바뀐 생활패턴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사회는 대중적 필요로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수요가 있으니까 24시간 영업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또 증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통 에스프레소커피 매장인 ‘탐앤탐스’는 현재 강남점, 논현점, 홍대점에서 24시간 영업 중이다. 황성아(탐앤탐스 홍대점) 점장은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매출이 증대되는 효과가 크다”며 “밤 9시에서 12시 사이가 매출이 가장 높은 시간이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저녁시간대는 모든 업무를 마치고 휴식을 갖는 시간이지만 이들에게는 일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생각처럼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겠지만 늦은 시간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전문가에게 듣는 24시간 사회

24시간 사회는 이미 시작되었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이에 문화평론가 권경우 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현대인들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며 “이러한 현상이 24시간 사회를 활성화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리운전이나 퀵서비스와 같은 한국 사회만의 독특한 문화와 젊은이들의 향락적인 밤문화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24시간 사회는 점점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24시간 사회의 등장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의 24시간 사회에 대한 전망을 “삶의 불균형 속출로 안정된 가정생활과 그렇지 않음에 대한 괴리감이 심화될 것이다”며 24시간 사회의 가능성을 예시했다. 덧붙여 “24시간 사회가 사람들에게 주는 피로감으로 사람들은 지칠것이고, 쉬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중압감을 느끼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보면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로운 삶을 얻는 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해가 져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다 잠들던 예전과 상반되는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요즘. 어떤 삶이 더 나은 삶이라고는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현재 24시간 사회가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고 그 생활속에 우리들이 익숙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레온 크라이츠먼의 책 ‘24시간 사회’에서는 24시간 사회는 우리 삶을 제약했던 시간이라는 구조물의 붕괴에 따른 결과이고 이로 인해 시간의 제한을 초월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주장한다.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펴는 지은이의 주장처럼 정말 인류에게 새로운 생활 패턴을 가져다 주고 24시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가져올까?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24시간 사회, 그 가능성과 이면

우리는 모든 일에서 끊임없이 ‘시간이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되뇌인다. 특정시간까지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또 해야 할 무엇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시간을 관리하고 절약해도 누구든 시간이 부족하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우리의 심상지도가 도시적 시간에 의해 이미 구조화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잠을 줄여서라도’ 또는 ‘정해진 시간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처리함으로써’ 가용시간을 늘리려 한다. 그러나 시간을 계속해서 고무줄처럼 늘림에도 불구하고, 시간부족과 시간기근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욱 더 커지는 모순에 빠지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24시간 사회의 형성은 하나의 가능성일 수 있다. 사람들은 처분가능한 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되면서 시간제약을 넘어 시간의 자유를 향유하고 언제나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24시간 사회가 형성되면서 가처분 시간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고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대중’소비가 가능해졌다. 밤의 시간과 공간은 이제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낮은 일하는 시간이고 밤은 쉬는 시간이라는 이분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24시간 사회의 도래로 도시의 밤은 불빛 점묘들로 가득 찬 인상파 그림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50%를 웃돌기 시작하면서 맞벌이 부부가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사회학자 해리엇프레써는 『24/7경제에서의 노동』에서 맞벌이부부를 빗대 ‘태그덩 커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24시간 사회의 이면은 무엇일까?

24시간 사회의 도래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보편적 사회현상이고 누구에게나 향유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겨진다고만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밤 시간대의 생산 부문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김밥천국에서 야간업무로 일하는 한 아주머니의 업무시간은 저녁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10시까지 꼬박 12시간을 일한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고 토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생체리듬이 바뀌어 나타나는 피로감, 스트레스, 피부트러블, 소화불량 등과 같이 신체건강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가족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질적인 특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24시간 사회의 도래는 이미 생활양식의 양적·질적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24시간 사회의 형성은 가능성의 지점인 동시에 한계를 품고 있는 영역 인 것이다.

김영선(서울교대 강사,  레저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기자돋보기> 편리함 뒤편에 드리우는 어두움 24시간 사회는 낮과 밤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24시간 영업소’들이 낮에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늦은 밤에도 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사회가 형성된 것일까. 24시간 사회의 형성으로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24시간 사회가 미치는 크고 작은 영향들이다. 한 예로 늦은밤 일하는 직업군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직업군 종사자들은 일반적인 낮에 일하는 직업군과는 생활패턴이 다르다. 때문에 일반 사람들과의 격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로 줄어드는 수면으로 인한 파장이다. 일예로 일상의 부주의한 실수나 교통사고와 같은 대형 인재에는 현대인의 잠 부족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고 하니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필요할땐 언제든지’ 가능하게 하는 24시간 사회의 편리함 뒤편의 어두운 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닥쳐버린 사회현상을 물릴 수는 없는 없겠지만 부정적인 면들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