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쇼핑 짐 다발이나 들어주려고 너랑 사귀는 줄 알아? 나도 이제 지긋지긋해”
“남자가 이 정도도 못해줘!? 정말 어이가 없어”
5년간 연인으로 지내온 두 남녀의 사랑이 깊고 깊더라도 그들의 사랑싸움은 ‘잘못된 여성중심주의’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린 ‘여성주의’는 그들의 사랑을 두 동강 내는 것도 모자라 우리나라 남성과 여성간의 여론을 끊임없이 들끓게 하고 있다.

가부장적 사회의
‘아름다운’ 반항아

일제강점기 애국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우리나라의 여성주의는 1970년대 산업화 물결과 권위주의적 독재체제가 강화됐던 시기에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했다.
세계사적 여성주의 역사와 비교하면 짧지만 여성의 정치 참여를 증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정치적 입지를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이렇듯 여성주의는 사랑과 성, 연애, 결혼, 가족 등에 대한 기존의 남녀차별적 담론들을 무너뜨리는 등 훌륭한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그들 스스로의 자기사랑은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주의를 외치지만
아직은 남성 의존적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부장적 사회의 틀 안에서 많은 억압을 받았다는 사실은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동감한다.
이러한 사실은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을 위한 ‘제도 개혁’을 요구할 때 남성들이 어느 정도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여성주의’에 아직까지도 반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남녀평등’이란 명목 아래 ‘여성의 사회적 특권’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호한 주장 때문이다.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적고 힘든 일에 대해 “여자가 그런 일을 어떻게 해”라며 남성에게 떠넘긴다. 만일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받은 무거운 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매너 없는 남자로 낙인찍히는 까닭에 남성들은 볼 멘 소리조차 할 수 없다.
현대 여성주의 속 남성들은 화려했던 옛날과 다르게 사회적 약자가 돼가고 있다.

절대 고개 숙이지
않는 남성들

여성주의로 인해 자신들의 사회적 입지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은 “여성주의는 여성의 권리를 되찾는 것 보다 남성의 지위를 갉아먹기 위해 있는 것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한다. 여성들의 남성 의존적 태도를 피부로 느끼는 남성들 또한 “여성들의 남성 의존적 태도는 평등을 추구하는 여성주의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고 불만을 말한다.
남성운동가 한지환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피해를 입어 왔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가부장제의 억압 속에 숨겨진 ‘남성의 피해’와 ‘여성의 수혜’는 외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도 여성의 이런 행동을 무조건 적으로 비판하지 말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재근 칼럼니스트가 “어리석은 마초들은 여성운동이 지배질서를 바꿀까봐 겁에 질려 여성주의를 폄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남성들의 태도가 때론 여성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은 남성들 스스로에 대한 인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눈물은 여자나 흘리는 거야” “힘에서는 절대 밀릴 수 없지”와 같은 남성우월적인 태도가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믿음을 확산시키고, 결국엔 남성의존성을 심화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일수 있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을 통한
남녀평등

진정한 남녀평등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먼 것일까? 만약 남성우월주의자들과 여성우월주의자들이 그들의 입장을 고수한 채 대립한다면 남녀평등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주의의 흐름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양성주의’가 대두되면서 ‘극단적 성 우월주의’는 이 사회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1993년 남성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정채기(한국남성학연구회) 회장은 “여성주의의 파트너로서의 남성운동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김신명숙씨 또한 “여성주의는 남성을 공격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제점을 파악해 평등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라며 양성주의가 남녀평등의 올바른 방향임을 시사했다.
남성주의와 여성주의의 대표격인 두 사람의 ‘양성평등’ 옹호는 우리사회가 지향해야할 남녀평등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 여성저널의 발행인 엄을순(이프)씨 또한 “남성은 무조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성주의는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양성평등주의자들은 남성주의와 여성주의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남성과 여성은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기보다 이해하도록 노력할 때 진정한 남녀평등이 달성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그들의 이야기 ‘여성주의’ 그리고 ‘총여학생회’에 대한 대담   <윤주빈 총학생회장> “지나친 여성주의의 흐름은 ‘역차별’을 만든다” “이벤트에 치중하는 총여, ‘본질적인 문제’에 신경써야”   <김아리 총여학생회장> “여성주의. 필요가치가 없는 단어” “이벤트는 총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필요”   여성주의, 어떻게 생각하나     김아리(이하 김)-과거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괄시를 받은 여성들은 남성들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분야에서의 활동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성들은 남자들의 역할이라 생각됐던 군인,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한다. 남녀 구별이 없는 세상이란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주의’란 말이 따로 필요 없는 것이다.    윤주빈(이하 윤)-과거에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성차별적인 대우에 불만을 품은 여성들은 ‘여성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여성인권의식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여성주의는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말이 나오는 것 같다.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는 모습은 ‘여성주의’에 위배되는 행동이라 생각하나    김-여성이 아무리 노력해도 남성을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신체적’인 문제가 그것이다. 궂은 일을 남성 못지않게 해내는 여성들이 있지만 일부일 뿐이다. 이 부분에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한국에서는 여성이 무거운 물건을 짊어지면 남성이 대신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남녀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에 잘못 자리 잡은 탓이다. ‘무거운 물건은 남성이 들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에 깔려있는 인식이다.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여학우만을 위한 행사를 한다는 비판이 있다. 김아리 회장은 당선될 당시 ‘남여학우를 아우를 수 있는 총여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김-총여가 여학우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 때문에 총여에 대한 남학우들의 불만이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총여는 ‘부족한 예산’ 때문에 남학생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 여학우들만 챙기기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름 캠핑과 같이 여학우 40명과 더불어 남학우 40명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있다. 대동제 때 실시한 이벤트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        윤-총여의 한정된 예산으로 남학생까지 챙기려고 했고, 남녀 학우를 아우르려는 방법이 ‘이벤트성 행사’였기 때문에 예산부족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총여는 여학생들의 복지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총여에서 하고있는 ‘남여 학우를 아우르는 이벤트’는 총학에서도 하고 있지 않은가. 총여가 해야 할 일은 여학우들을 위한 복지다.     김-총여학생회를 알린다는 취지에선 불가피했다. 다른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총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학교는 이벤트를 통한 ‘총여 홍보’가 성공적이었던 덕분에 총여를 모르는 학생은 많지 않다. 실제로 초기에는 총여가 주최하는 행사에 학우들의 참여가 저조했지만 현재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진행하는 태보,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신청인원이 초과해 자체적으로 인원을 선별했다. 총여가 운영하는 카페 가입인원도 350명을 넘었다. 그러나 이벤트에 너무 치중했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여학우들의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생리공결제’가 그 문제의 실질적인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시행을 고려했지만 ‘역차별’과 같은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는 탓에 쉽게 시행할 수 없었다.  여학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총여 존재의 이유’에 대해 의문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김-‘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탓에 다른 학교에서도 총여가 없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여자는 여자가 안다. 논란이 많은 ‘생리공결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학우들의 생리로 인한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여자휴게실’을 만들었다. 고통받는 여학우들을 위한 쉴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총여를 찾아오는 여학우에겐 생리대를 무료로 지급하고 있다.     윤-김 총여회장의 말은 모호한 대답이 많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총여의 구체적인 대답을 듣길 원했지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듯 보이지만 생리대 무료지급 사업 등은 예전부터 진행되던 사업을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현재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것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