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싯적에 줄을 잘~ 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들었지. 그래서 아홉이란 나이에 줄 위에 올랐건만, 이런 젠장맞을! 성공은 개뿔! 궁둥이만 뜨거워 죽는 줄 알았네 그려!” 줄광대가 하는 재담 한마디에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게 웃는다. 분명히 그랬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입 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깔깔대며 웃었다.

그런데 왜 내가 만난 줄타기 인간문화재 김대균 선생님께서는 “줄타기 전승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씀하신 것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은 민속놀이를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문화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줄타기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이렇듯 무관심할 수 없지 않겠는가. 김 선생님은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에게 그저 감사하다고 하셨지만, 이 소심한 기자는 공연만 재미있게 보고 ‘줄타기의 암울한 현실’은 나 몰라라 돌아서는 사람들이 얄밉기만 했다.

그러나 어쩌랴. 현실이 그런 것을. 대부분의 전통문화는 사람들의 관심 밖에 존재하고, 설령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는 전통문화라고 해도 그것이 민속놀이에 뿌리를 두는 경우는 드물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오색이 찬란한 부채춤을 추는 전통예술은 대학에서 가르치지만, 흰 서민 복을 입고 쌍스러운 말을 하는 민속놀이를 어느 누가 예술이라 명명하며 대학에서 가르치겠는가. 전통문화를 보전하는 명인이라는 부분에서는 서로가 다를 것이 없지만, 사회적 지위로 봤을 때 전자는 교수고 후자는 사라져가는 문화재의 마지막 광대일 뿐이다.

지난달 25일 1300여년을 이어온 전통문화가 마지막 촛불을 켜고 있는 것을 봤다. 몇 년이 지나면 그 미약한 촛불마저도 영영 볼 수 없게 된다.

사라져가는 문화재를 보전한다는 취지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볼 때, 정부차원의 보조는 역시 겉치레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사회의 형식적인 해결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모름지기 사람들의 ‘새로운 인식’이다. 민속놀이와 같은 훌륭한 전통은 ‘보전’돼야 한다는 취지보다 ‘활성화’돼야한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옳다.

서민들뿐만 아니라, 부디 높으신 분들도 바쁜 시간 중에 짬을 내서 줄타기 공연을 관람했으면 한다. 분명 그 분들도 광대의 재주를 보시면 웃지 않으실 수 없을 것이다.

‘줄 위에서 살판을 벌이던 줄광대가 가랑이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쟁쟁걸음으로 줄 끝까지 겨우 도착해서 하는 기막힌 소리가 있다. “뽕알을 집에 있는 마누라에게 맡기고 온 게 천만 다행이네 그려!” 재미있지 아니한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타기가 현대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은 분명 줄광대가 높으신 분들 뒤로 줄을 서지 않은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