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깨 위로 목마 탄 어린아이가 머리를 뒤로 젖힌 채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얼마나 오랜동안 커다란 뭉게구름 사이를 오갔던 걸까. 사람들의 시선을 푸른 하늘 저 너머로 넘겨버리는 힘차고 맑은 목소리.

“온다아~~~!!”

드디어 왔다. 모두가 기다려 온 에어쇼. ‘한국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7’란 이름으로 지난 달 16일부터 6일간 서울공항에서 개최됐다.
몇날 며칠동안 우리학교 상공을 가로지르며 학우들의 귀를 따갑게 한 주범인 에어쇼. “얼마나 대단하면 이 소란이야...”라고 투덜거리며 갔다가 그 규모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행사 첫날부터 몰린 수많은 인파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에어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까딱하면 놓칠세라 엄마손 꼭 붙잡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 멋지게 차려입고 나온 학생들, 다정한 연인들 등 남녀노소 구분 할 것 없었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곳은 너 나 할 것 없이 에어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광장.

때 아닌 동장군도 에어쇼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에 주춤했던 것일까. 서둘러 자리 잡은 수백명의 사람들은 꼼작 않고 비행기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수 십 명의 정비사들은 기체를 점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행사기획팀은 시간에 맞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목이 터져라 “빨리 빨리”를 외쳐댔다. 푸른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할, 공군참모총장과 5명의 조종사들이 결연한 모습으로 전투기에 올랐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 블랙이글즈가 마지막 에어쇼를 앞두고 활주로를 선회하고 있다.

드디어 출격이다!

이번 전시회는 전 세계 26개국에서 255개 업체가 참가, 25만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은 대규모 행사다. ‘서울 에어쇼 2007’외에도 실외 전시장에 탱크포, 박격포, 자주곡사포 등 최첨단 무기를 전시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아름다운 곡예비행이 펼쳐질 때도 각종 군사무기가 전시된 홀은 발 디딜 곳 없을 만큼 관람객이 넘쳤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설비가 마련돼 있어 밀리터리 마니아는 물론, 어린 아이를 대동한 가족단위의 관람객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2005년에 오려다 올해가 돼서야 오게 됐다는 노상균(엔지니어 34) 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신기했다”며 “이번 나들이가 우리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좋은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대로 되는 것일까. 그 옆에서 밝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은 푸른 하늘처럼 해맑았다.

▲ 멋진 에어쇼를 마치고 활주로에 안착한 블랙이글즈

전시장 밖, 다양한 모습으로 활주로에 길게 늘어선 비행 기체들을 보는 것도 이번 전시회에서 놓칠 수 없는 묘미! 베트남전 당시 최고의 활약을 보였던 F-4E부터 현존하는 최고 공격헬기 AH-64 아파치, 우리나라 최고 전투기 F-16, 산림청에서 선보인 재난방지용 헬리콥터, 지상 전투기인 각종 탱크까지 하나하나 세다보면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 에어쇼부터 실외 전시된 기체들까지 관람하려면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울 정도다.

식사를 거르고 화장실에 가지 않더라도 전시회를 다 둘러볼 시간은 턱없이 모자라다.
하루 종일 거창하게 전투기를 소개하는 해설자의 목소리가 한 순간 유난히 흥분, 사람들의 시야를 전시장 상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 고별비행하는 블랙이글즈

“우리나라 공군의 자랑, 골든이글이 창공을 힘차게 가릅니다!”

그렇다. 사람들의 시선을, 해설자의 혈압을 하늘높이 올려버린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우리나라 자체기술로 개발된 최초 초음속 전투기 'T-50 Golden Eagle'. 사람들의 눈망울에는 자랑스러움의 결정체가 크게 맺혀 있었다.

“쿠오오오오~~” T-50은 굉장한 광음을 내며 푸른 하늘을 향해 발진했다. 그 모습을 보던 관람객이 흥분했는지 아들에게 그의 들 뜬 마음을 전하느라 바빴다. “비행기 꼬리에 피어있는 아지랑이가 보이지? 전투기는 저 곳으로 열을 발산하고, 그 힘으로 박차 오르는 거란다”

전투기의 조종훈련을 목적으로 설계된, 훈련기 중 최고의 성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T-50은 2009년부터 에어쇼의 주역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반해, 오랜 기간 동안 에어쇼의 주역이었던 블랙이글스는 이번 에어쇼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 비행을 마친 조종사가 관객들의 환호에 박수를 치며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안녕’이라 말하는 블랙이글스가 남기고 간 것은 웃음과 감동. 연막을 이용해 푸른 하늘에 하트와 태극기를 수놓아 웃음을 남겼으며 비행순서의 마지막인 ‘블랙이글 고별비행’에서는 T-50과의 우정비행으로 진한 감동을 남겼다.

에어쇼에 대한 즐거움이 컸던 까닭일까. 하늘을 거침없이 날 던 비행기가 꼬리를 보이며 산을 넘어가 버리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쉬움에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 어깨 위로 목마 탄 아이가 스스로 아쉬움을 달랠 수 없었는지 아비에게 괜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빠야 비행기 밥 묵으러 갔나?” 아빠도 서운했던 것일까. 귀여운 아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이다. 똥 싸러 갔다”

▲ 중앙으로 모였다가 동시에 흩어지는 묘기를 펼치는 블랙이글즈

▲ 블랙이글즈. 창공에 마음을 새기다.

▲ T-50 골든이글의 위풍당당한 모습

▲ 에어쇼를 방문한 외국인. 하늘을 선회하는 전투기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