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sicko’는 미국의 의료법개정을 주제로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약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미국과 여러 나라들의 의료환경을 비교하고 있다.
의약시장 개방을 포함한 한ㆍ미 FTA 체결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영화는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특히 자본주의, 민주주의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나라 미국, 다른 어느 가치보다 인권을 우선시한다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니 더욱 믿기 힘들었다. 영화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과 함께 한 남자가 자신의 무릎에 난 상처를 직접 꿰매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고 미국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오천만명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뒤이어 나온 남자는 회전톱날에 손가락 두개(중지와 약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다. 그는 사고순간을 회상하며 처음 한 생각은 “보험은 들었나, 비용이 얼마나 들까, 돈 꽤나 깨지겠네”라고 말했다. 손가락이 두개나 절단되는 사고를 당하고 자신에 대한 걱정보다 돈문제를 먼저 헤아리다니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당한 사고는 의료보장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의료보험에 가입했기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는데도 보험혜택을 받지 못했을까?
우선 미국은 닉슨대통령 재임시절 의료법을 개정해 의료보험을 사기업이 맡도록 했다. 각 보험사들은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가입자들을 받지 않는다.
또 운이 좋아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험사측은 전문가를 통해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한다.

‘휴매나생명’의 의학고문이었던 린다 피노 박사는 회사를 위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일을 했었고 그의 업무에 부당함을 인식하고 사표를 냈다. 환자의 사정을 일일이 듣고 환자에게 필요한 약품이나 수술을 보장하기보다 무작정 말을 돌려가며 거부를 했다고 한다. 또 거부처리율이 높은 의사에게는 회사에서 보너스를 지급한다.

감독은 이런 미국의 현실과 대조적인 예로 캐나다, 영국 등을 보여준다. 캐나다의 래리 가프리라는 남자는 플로리다에서 휴가를 보내다 골프 안전사고를 당했다. 미국에서 2만 4천달러를 요구하는 수술비를 캐나다로 돌아오니 그가 가입한 국외보험 덕분에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지불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보험의 혜택이 세금에서 나오는 것을 부당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 있고 그런 혜택을 받아야 하며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혹시 공산당이냐는 감독의 질문에 “나는 솔직히 보수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ㆍ미 FTA 체결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이 미국과 똑같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국가가 아닌 기업이, 국민의 건강이 아닌 이익을 우선시하며 의료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처음부분에서 봤던 스스로 상처를 꿰매는 남자의 모습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보게될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