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은 해마다 인상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따르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오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등록금이 오르는 만큼 강의의 질과 수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는지는 체감하기 힘들다.

하지만 비싼 등록금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더 좋은 강의를 효율적으로 듣기 위한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번 호 심층보도에서는 설문조사와 타 대학들의 사례, 학사관리팀의 취재 요청으로 우리학교 수업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방안이 있을지 알아봤다.

“B+ 이상은 듣지마!” 재수강신청 제한제도?

학기 초 수강신청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면 이것저것 살펴야 할 것이 많다. 교수님은 어떤 분인지, 어떤 교재로 어떻게 강의가 진행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상대들과 경쟁을 할 것인지 말이다.

특히 저학년 학우들은 고학년 선배들은 얼마나 있는지, 그들이 초강인지 재강인지 눈치를 잘 봐야한다. 아무래도 학교생활에 익숙하고 이미 들었던 강의를 또 듣는 선배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유리할 것이다. 또 졸업을 앞두거나 재수강하는 고학년들에게 점수를 잘 준다고 소문이 난 강의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학교 학우들은 졸업시 평점 3.76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균 B+ 이상인 높은 점수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대다수의 학우들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답했다. 이렇게 높은 평점을 유지하기 위해 학우들은 재수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적관리를 위해 B+이하와 B。이하일 경우 재수강을 한다고 응답한 학우들이 각각 3%와 15%였다. B。이상이면 높은 점수에 속하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높은 점수임에도 불구하고 재수강을 하는 학우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20%, 중립적 입장이 51%, 부정적인 평가가 29%였다. 어느 한쪽이 큰 비중을 차지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미 타 대학들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재수강을 하는데 제한을 두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충남대와 부산대, 전북대가 학칙을 개선했고 경북대는 내년에 입학하는 08학번 새내기들부터 ‘재수강 제한’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그 중 충남대는 과목성적 D+ 이하일 경우만 재수강을 허용하는 규정으로 많은 학생들의 반대여론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학교에 이런 제도가 생기는 데에 우리 학우들은 긍정 37%, 보통 30%, 부정 33%로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만약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B。이상부터 제한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나도빈(학사관리팀) 직원은 “모든 제도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며 “재수강 신청의 대부분은 조기졸업이나 대학원진학, 장학금수혜자격을 얻기 위한 학생들이 하는데 이런 제도는 앞의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수강신청은 피터지게, 수강포기는 너무 쉽게

나 직원은 ‘재수강 제한’과 함께 학생들이 “수강포기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과 함께 두꺼운 서류철 네 권을 보여주며 07학년도 2학기 수강포기원을 모아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학기 810건, 2학기 950건으로 총 1,760건이다. 한 학기가 지나며 무려 140건이 증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05학년도 1학기 52건 2학기 59건, 06학년도 1학기 232건 2학기 306건으로 매 년 수강포기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수강포기 절차가 간단해 진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강포기 절차는 신청서에 강의 담당교수, 지도교수, 해당 행정실 확인, 학과장, 학장의 승인을 받고 사유를 적어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대부분의 절차는 해당학과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실정이다. 덧붙여 수강포기 사유를 종합한 결과 “건강의 악화, 강의성격과 본인의 적성문제, 수업의 난이도, 수강신청정정 오류, 학과 내 임의적인 수업시간 변경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그는 “건강문제와 수강신청정정기간 조정하지 못한 것, 학과 내 임의적 수업시간 변경으로 인한 것은 개인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한다”며 “기타 경우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수강신청정정기간에 변경하지 못해도 학사관리팀을 찾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대다수의 학우들은 모르고 있어 수강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수강포기자의 50%정도는 1학년이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비율은 적어진다. 아직 학교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1학년 학우들이 수강신청에도 요령이 없고 수강포기도 너무 쉽게 하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들은 이유에 비해 정말 황당한 사례도 많다. “집이 멀어 오전수업을 듣기 힘듬”, “아르바이트 시간 변경으로 수업시간과 겹쳐서”, “21학점을 신청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인터넷강의로 인해 청취가 어려움”, “불필요과목”(전공과목) 등이 있었다.

이렇게 학우들이 쉽게 수강포기를 하고 점점 그 수가 늘어감에 따라 그 피해를 받는 것 또한 우리 학우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강의를 원했던 학우들은 다음 학기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그 강의가 없어져 듣지 못할 수도 있다. 또 각 학년마다 정해진 과정이 있는데 강의가 너무 어렵다거나 교수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강포기를 하고 다음에 수강신청을 하려 한다면 본래 과정에 맞는 정원을 초과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학사관리팀은 현재 6주나 되는 수강포기 기간을 4주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