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관리 시스템 부재

현재 자율전공학부에서 학부생과 교수간의 상담은 교양세미나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인문계열에는 4개, 자연계열에는 3개의 교양세미나 수업이 개설돼 한 수업에 10명에서 20명 정도의 학부생이 수강하고 있다. 교양세미나 담당 교수가 자신의 상담교수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상담횟수나 상담방법 등 특별히 정해진 사항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항들은 교수에 따라 다르다.

설문조사 결과 1년 동안 지도교수와 1~2회 상담을 한 학우는 62%, 3~4회 상담을 한 학우는 19%, 한 번도 상담을 하지 않은 학우는 14%, 5~6회 상담을 한 학우는 5%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와의 상담이 전공을 선택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대해 점수를 매긴 결과 10점 만점에 3점을 준 학우는 41%, 5점을 준 학우는 28%, 1점을 준 학우는 18%, 7점을 준 학우는 8%, 10점을 준 학우는 5%로 조사됐다.

황예슬(자율전공1) 학우는 “상담 횟수가 적어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학생활의 첫걸음을 내딛는 신입생, 더욱이 선배가 존재하지 않는 자율전공학부 같은 경우 지도교수와의 상담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도교수로서 대학생활, 교육 및 전공 선택을 위한 전반적인 진로지도는 학부생들의 1학년 생활을, 나아가서는 대학 생활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율전공 학부생들은 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전공을 선택하는데 자문을 구하고자 한다.

상담 외에도 학과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황 학우는 “사전에 희망학과 선배나 같은 학년 학우들을 만나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율전공 학부생들이 2학년이 돼 희망학과로 진학할 때 학과 ‘토박이’들은 이미 1년을 같이 보내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을 것이다.

‘토박이’들이 1학년 동안 해온 전공 공부를 따라잡기 위해 공부해야 함은 물론이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생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학과 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학부생들의 짐을 덜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과 학우들과의 교류를 통해 유익한 정보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교수와의 상담이나 학부생 관리 시스템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자율전공학부는 타 학과와는 달리 1년 동안 다양한 전공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자율전공학부 제도는 연세대, 한양대, 이대 등에서는 이미 몇 해전 개설됐으며 서울대 또한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위에 언급한 자율전공학부의 제도적, 물리적 지원 외에도 자율전공학부 특성상 학부생들의 책임 있는 행동 의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완성도 있는 제도적 장치, 학교측의 학생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없다면 학부생들의 책임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올해 처음 개설된 만큼 미흡한 점도 많고 정형화된 틀이 잡히기 까지 앞으로도 많은 진통을 겪을 것이다. 모든 자율전공 학부생들이 웃으며 1년을 마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