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항상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번 2008년은 그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더욱 부각된다. 지난 정해년은 열두 마리의 십이지 동물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돼지띠 해였다. 그리고 올해, 무자년은 십이지의 첫 자리인 쥐띠 해이기 때문이다.

십이지의 첫 자리
우리가 말하는 정해년, 무자년과 같은 명칭은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에서 나왔다. 10간은 천간(天干)이라 하여 하늘을 나타내고, 12지는 지지(地支)라 하여 땅을 나타낸다.

간지는 중국 은나라 때부터 있었다고 하며, 한나라 이후에는 음양오행가들에 의해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이나 일상생활의 달력 등에 사용되었다. 한국에서는 통일신라 시대에 사용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널리 보급, 사용되었다.

십간에는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가 있다. 십이지에는 땅을 나타내는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의 동물이름을 붙였다. 이 십간과 십이지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 십간십이지이다.

올해 무자년의 무(戊)는 방위로 중앙을 뜻하며 오방색 가운데인 황색에 해당한다. 자(子)는 방향은 정북을, 달로는 음력 11월을, 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를 말한다.
십이지 동물 중에 가장 왜소하고 약한 쥐가 어떻게 첫째로 꼽히게 된 것일까? 쥐가 십이지의 첫 자리를 얻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동물들에게 지위를 주려고 했다. ‘어떻게 지위를 줄까’하는 고민 끝에 정월 초하룻날 제일 먼저 천상의 문에 도달한 짐승부터 순위를 매기기로 결정했다. 소식을 들은 짐승들은 저마다 제일 먼저 도착하기 위해 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작고 미약한 쥐는 일찍이 자신이 처음으로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제일 열심히 훈련을 하던 소 등에 붙어 있기로 했다. 드디어 정월 초하룻날이 밝았다. 짐승들은 앞 다투어 천상의 문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경주를 하기 시작했다. 소가 가장 부지런하게 뛰어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바로 이 때, 소 등에 붙어 있던 쥐가 뛰어 내려 천상의 문을 통과한 것이다. 이리하여 쥐는 십이지의 처음이 됐고, 소는 그 다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통해 보는 쥐
고양이 앞에 쥐’,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등 우리 속담에서 쥐는 약자를 뜻하는 동물로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옛 이야기 속에서 쥐는 의리파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느 부잣집에 쥐가 대대손손 내려오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이 무너져 내릴 위기에 처했는데 어른 쥐가 그동안 자기네들을 잘 살게 해준 주인 식구를 구해주자고 했다. 그래서 환한 대낮에 집안의 쥐들이 모두 마당으로 나와 찍찍 소리를 내며 춤을 췄다. 기이한 광경에 집안사람들이 이를 보러 모두 마당으로 나왔다. 바로 그 순간, 집이 무너졌고 쥐 덕분에 주인 식구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쥐는 화산이나 지진 등과 같은 자연 재해를 미리 예지하고 예고해주는 영물로도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옛 사람들은 집 안에 쥐가 보이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부들은 배 안에 쥐가 보이지 않으면 바다에 나가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쥐의 대표적인 상징은 다산이다. 다음의 이야기에서 이를 살펴볼 수 있다.

고구려의 유명한 점술객이 나라의 이상한 일이 왕비의 탓이라 고하여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 점술객의 영험함을 시험하기 위해 함 속에 쥐 한 마리를 넣고 무엇인지 알아맞히라고 했다. 점술객은 함 속의 물건은 쥐 여덟 마리라고 말했다. 틀린 답을 말한 점술객은 사형을 당했는데, 후에 쥐의 뱃속을 갈라보니 새끼가 일곱 마리 들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쥐의 배를 갈라 뱃속에 있는 새끼의 수를 알아맞히는 시험내용은 새끼를 많이 낳는 쥐의 특성을 의미한다. 실제로 쥐는 새끼를 낳을 때 한 번에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시간을 지칭하는 용어 중에서 자시는 23시부터 1시까지를 말한다. 쥐는 밤에 먹이를 찾는 동물로 자시에 제일 열심히 뛰어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쥐띠는 밤에 나면 잘 산다’라는 옛말이 있다.

미워만 하지 마세요
보통 ‘쥐’하면 호감이 가는 동물은 아니다. 지금 당장 눈 앞에 쥐가 나타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거나 잡으려 달려들 것이다. 옛 선조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에게 치명적인 병을 옮기고, 자기 입에 풀칠할 곡식조차 없는 판에 그 중요한 곡식을 축내는 쥐는 미움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십이지 동물 중에 가장 큰 미움을 받는 동물이 바로 쥐이다. 이는 새해를 시작하며 “올해는 쥐 피해를 줄여달라”며 논밭에 쥐불을 놓고, 콩을 볶으며 ‘쥐주둥이 지진다’는 주문을 외우는 옛 풍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쥐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했다. 정부에서는 쥐잡기 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쥐잡기 포스터를 만들어 붙였고 전국적으로 쥐약을 배포하기도 했다.

1966년에는 보건사회부에서 쥐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5원씩의 보상을 하기도 했다. 쥐를 잡아 몸뚱이는 버리고 꼬리만 따로 보건소로 가져가면 됐다. 돈 욕심에 눈이 먼 사람들은 가짜 쥐꼬리를 만들어 보건소에 제출하는 웃지 못 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쥐가 꼭 미움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존력을 가진 쥐는 예로부터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곡식을 축내는 요물이기도 하지만 쉴 새 없이 먹이를 모으는 근면 성실한 쥐의 모습에서 우리 선조들은 생활의 교훈을 얻은 것이다. 때문에 쥐의 해는 풍요와 희망해로도 여겨진다.

최근 쥐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존재가 됐다. 쥐는 인간과 유전적 형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의약 연구의 실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한 기니피그, 햄스터와 같이 작고 귀여운 쥐과 동물들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미움의 대상이 사랑과 보살핌의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직접 쥐를 애완동물로 키우지 않더라도 월트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 ‘톰과 제리’의 ‘제리’ 등 만화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리에게 친근하고 귀여운 동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너무 겉모습만 보고 징그럽고 흉측스러운 동물이라고 여겨진 쥐. 하지만 그런 외적인 모습 안에는 우리가 몰랐던 다산, 풍요, 근면 등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쥐의 특성들이 담겨있다.
2008년, 우리도 쥐처럼 열심히 사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쥐띠 분석 총평  감수성이 예민하고 근면하며 절약가이다. 완벽주의자이며 상상력이 풍부하다.생각은 앞서지만 실천력이 부족한 면도 있다. 창의력이 뛰어나며 철학적이고 조숙하다. 장점  매력적이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신중하다. 정직하다. 검소하다. 이지적이다. 영리하다. 독립적이다. 낭만적이다. 정열적이다. 관대하다. 주변의 사람을 기쁘게 하려 노력한다. 몹시 긴장한다. 단점  공격적이다. 탐욕스럽다. 방자하다. 의심이 많다. 기회주의자다. 캐묻기를 좋아 한다. 항상 이익을 추구한다. 내성적이다. 불안을 잘 드러낸다. 누구든 착취할 수 있다. 인연  가장 좋은 만남은 용띠, 소띠, 원숭이띠다. 용띠는 쥐띠에게 힘을 준다. 소는 안정감을 준다. 원숭이는 꾀를 제공한다. 공격성을 받아 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좋은 만남은 돼지, 개, 뱀띠이다. 토끼띠는 조금 노력이 필요하다. 말띠와는 상극 관계를 이룬다. 개인주의인 말띠와는 이기적인 쥐띠는 충돌한다. 애정  용 : 좋은 금술이다 / 토끼 : 쥐가 평생 위험하게 잡혀 살 수 있다 / 범 : 힘겨운 만남이다 / 소 : 축복의 만남이다 / 쥐 : 그냥 다정한 만남이다 / 돼지 : 적당히 좋은 만남이다 / 개 : 이상주의적인 개와 안될 것이 없다 / 닭 : 서로 힘든 만남이다 / 원숭이 : 최고의 결합이다 / 양 : 서로에게 형벌이다 / 말 : 결사 반대의 만남이다 / 뱀 : 무척 노력이 필요한 만남이다.